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수사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를 받을 때까지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는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과 맞서 수사팀은 반복적으로 결재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하극상 사태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가 올린 한 검사장 '무혐의' 처분 결재가 반려됐다.
결재권자인 이 지검장은 개인적인 일로 휴가였고, 1차 결재자인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내용을 검토한 이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이 진행되기 전이기 때문에 수사를 종결할 수 없다는 취지다.
친(親) 윤석열 성향인 수사팀의 집단항명을 대검 지휘부가 부추기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시간을 끌면 공수처로 사건이 이첩될 수도 있는 만큼 그 전에 무조건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도 내놓고 있다.
수사팀이 무혐의로 결론 내린 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돌려받으면, 나중에 공수처가 수사에 나서더라도 깨끗히 흔적을 지운 뒤가 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성 취재를 했던 시기에 한 검사장과 300여 차례나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때문에 한 검사장 휴대전화는 핵심증거로 분류되지만 수사팀은 포렌식 전에 사건을 종결시키겠다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올리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리려는 이유를 두고, 포렌식이 진행되기 전 사건을 종결하고 한 검사장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언유착 사건은 향후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무리한 결론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명확하게 비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라면 중립적인 기관인 공수처가 생긴 이후에 그 처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소간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 오해가 있을지 몰라도 검찰 스스로 중립성을 위해서라도 그런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동훈 휴대폰 포렌식' 논란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등장했다.
지난 25일 박 후보자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포렌식이 진행되기도 전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추가적인 노력을 안 하고 있다면 이것은 일종의 태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수 있는 여건이나 기반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무혐의하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라며 "대검찰청 차원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뭔가 확인되면 걷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서 불기소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졌다.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검사장 휴대전화를 압수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포렌식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아이폰 기기를 포렌식할 수 있는 곳은 대검찰청 한 곳인데, 한 검사장 휴대전화(아이폰11)를 풀 수 있는 소프트웨어 계약은 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가 보고 받기로는 업데이트 환경이 반영된 듯한 보고를 받았는데 그 이상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사실상 검찰이 한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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