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뉴질랜드와 26일(현지시각)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는 협정문에 서명했다. 코로나19 기원설을 놓고 호주와 갈등을 빚는 중국이 뉴질랜드와 경제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데미안 오코너 뉴질랜드 통상장관은 양국간 FTA 업그레이드 협정문에 최종 서명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뉴질랜드는 지난 2008년 4월 서방 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과 FTA를 체결해 12년 만에 이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수년에 걸쳐 FTA 업그레이드 협상을 진행해 온 양국은 지난 2019년 11월 사실상 타결 짓고 양국간 서명만 남겨두고 있었다.
중국은 현재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파트너다. 현재 양국간 교역액은 연간 320억 뉴질랜드 달러(약 25조4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서명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양국간 FTA 업그레이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뉴질랜드는 이번 중국과 FTA 업그레이드로 대중국 수출 문턱이 한층 낮아지면서 매년 수백만 달러 수출 규제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30억 뉴질랜드 달러 규모에 달하는 대중국 목재·제지 수출 방면에서 99% 이상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또 대다수 유제품 제품에 대한 관세도 1~3년 이내 모두 철폐된다.
사실 뉴질랜드는 정보공동체 '파이브아이즈'에 속한 영미권 5개국(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중 하나로, 홍콩 보안법, 신장 위구르족 탄압,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며 양국은 갈등을 빚었다. 이에 양국간 FTA 업그레이드 협상이 2019년 11월 타결됐지만, 중국은 1년 넘게 서명을 미뤄왔다.
하지만 지난해 뉴질랜드 이웃국인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구하며 중국과 호주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중국이 뉴질랜드와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호주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호주산 보리와 소고기, 와인 등에 관세 폭탄을 물리고 호주 여행·유학도 사실상 금지한 상태다.
미국의 견제 움직임에 맞서 '다자주의'를 내세우는 중국이 우군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유럽연합(EU)과의 투자 협정을 잇달아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엔 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지도 내비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