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땅 찾아 삼만리...호텔부지 공격 매수 나선 디벨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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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1-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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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물로 나온 호텔들 눈독...입찰 경쟁 치열

[사진=(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부산 해운대그랜드, 호텔르메르디앙 서울, 한강호텔. 각 사 홈페이지 제공]


서울 신규 택지개발 부지가 사라지면서 건설사, 디벨로퍼들이 도심 속 버려진 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 폐업이 늘자 호텔 매물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분위기다. 호텔부지를 매입해 건물의 용도전환 및 재건축을 통해 도시경쟁력을 살리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겠다는 취지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디벨로퍼인 알비디케이(RBDK), 웰스어드바이저스 등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호텔, 강남 르메르디앙 호텔 등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입금액은 각각 2500억원대, 7000억원대다. 회사 측은 기존 호텔을 운영하는 대신 이 부지에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을 새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크라운호텔 인근에는 한남뉴타운 개발과 나인원한남 등 고급주거단지가 있어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은 이미 개발이 끝나 입지가 좋은 신규 부지를 찾기가 어려운데 호텔은 대부분 도심권 좋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사업성이 입증된 곳이 많다"면서 "호텔 사업을 하기보다는 고급 오피스텔이나 주거시설 등을 개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행사인 더랜드는 최근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을 서주산업개발로부터 3501억원에 매입했다. 1982년 반포 팔래스호텔로 시작한 강남 최초의 5성급 호텔인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랜드는 이 호텔이 지하철 3·7·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 인근 입지라는 점에 주목해 호텔업을 이어가는 대신 고급 주상복합건물로 개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더랜드 관계자는 "호텔을 철거한 뒤 고급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면서 "계약을 마무리한 지 얼마 안 돼 개발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MDM그룹도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그랜드호텔을 퍼시픽인터내셔널해운으로부터 2400억원에 매입해 49층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에는 서울 광진구 한강호텔도 매입해 고급주거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매입한 서초구 국군정보사령부 용지 등은 오피스, 호텔 등 복합개발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시행사 더랜드영은 미래에셋대우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조성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경남호텔(대지 3633㎡)을 매입했다. 더랜드영은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기존 경남호텔 부지에 현대건설 오피스텔 390실과 상업시설을 개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매각 예정인 호텔 부지가 많아 입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명동 티마크호텔, 머큐어앰배서더홍대호텔, 서대문 스위스그랜드호텔 등도 각각 연내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 디벨로퍼 관계자는 "신도시, 택지지구 공급물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서울 구도심 내에서 개발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외곽 도시개발은 위험도가 높고, 협의사항이 많은 데 반해 도심 내 부지는 매각가만 맞추면 사업진행 속도가 빠르고 흥행도 보장돼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부지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각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최근 A호텔 부지에 입찰했다가 떨어진 디벨로퍼 관계자는 "고급주거단지 개발을 목표로 희망 매각가를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한 가장 높게 입찰했는데 낙찰자는 우리보다 500억원이나 더 높여 매우 놀랐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낙찰가가 상향평준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발이 완료될 시점에 분양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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