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발표하는 정부의 서울 도심 주택공급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역세권 고밀개발에 대해 서울 자치단체장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서울 도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밀개발 방식의 하나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과밀화되면서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지금이라도 역세권 범위를 좁히고, 높이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최근 서울시에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지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만 19~39세 무주택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청년주택을 짓는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상향, 개발절차 간소화,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 지하철역(예정지 포함) 승강장 경계 350m 이내에서 최대 600~1300%(준주거지역 600%, 근린상업지역 900%, 일반상업지역 1300%)까지 용적률을 적용받아 서울 고밀개발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내에는 159개 역세권 청년주택(38만8084㎡)이 있다. 총 공급규모는 5만3957가구로 서초구가 15개(5048가구) 주택을 보유해 가장 많다. 이어 중랑구 12개(4550가구), 성동구 10개(4118가구), 광진구 10개(2715가구), 강서구 9개(2228가구), 용산구 9개(3506가구), 강남구 8개(2622가구), 강동구 5개(2725가구) 등이다. 이들 단지는 2016년 해당정책이 추진된 후 입주를 시작한 1세대 청년주택으로 현재 허가·공사가 진행중인 추가 단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개발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구청장들은 단순히 공급 주택수 확보에만 치충한 과도한 규제 완화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개정안을 제안한 노원구 관계자는 "기반시설 부재, 일조권, 조망권 확보의 어려움, 교통대란, 주차난 가중 등으로 기존 도시가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인구가 유입돼 각종 민원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용적률 상향으로 스카이라인도 엉망이 된 상황이라 주변 경관계획에 따라 개발 규제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장들은 서울시와 협의해 기존 역세권의 범위를 350m에서 250m 이내로 축소하고 스카이라인도 100m건축물 높이 평균의 2.5배 이하, 인접 건축물과의 높이 차이가 35m가 넘지 않도록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각 가구당 건축 규모도 500가구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주차장도 전용 30㎡ 초과일 경우 각 0.9가구당 1대(전용 30㎡ 미만 각 가구당 0.75대)만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한다.
조례안이 변경되면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역세권 고밀개발안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는 도심 고밀개발을 위해 역세권 개발 범위를 기존 250m에서 최대 500m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토법 개정을 통해 일반주거지역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역세권 복합용도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지구단위계획상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경우 용적률을 최대 700%(기존 200~25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이미 일조권, 조망권, 인근 건물 간의 사생활 침해 등 생활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아직 허가 물량의 50%밖에 완공이 안됐는데도 도시 과밀에 따른 환경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 500m의 용적률 700% 개발이 허용되면 앞으로의 도심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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