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룰’ 강행에 계륵 된 카드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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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1-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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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보험설계사 생계 타격 불가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의 ‘카드슈랑스(카드사가 판매하는 보험) 25%룰(판매 비율 규제)’ 강행에 카드슈랑스가 계륵으로 전락했다. 보험·카드업계는 카드슈랑스 취급액이 많지 않아 최악의 경우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수익성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카드슈랑스 전문 보험설계사다. 금융당국은 카드슈랑스 사업 중단시 설계사들이 생계 및 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만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카드사들은 보험사 한 곳의 상품을 전체 보험 판매액의 66% 이상 판매할 수 없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카드슈랑스 25%룰’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카드슈랑스 25%룰은 카드사가 모집하는 연간 보험상품 판매액 중 1개 보험회사의 비중이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다. 카드사들은 오는 2022년은 50%로, 2023년에는 33% 등 매년 제한 비율을 낮춰 2024년부터는 보험사 1곳당 판매 비율을 25% 이내로 맞춰야 한다.

25%룰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 통합해 적용하지 않고 각각 적용된다. 2024년 규제 수준인 25%를 맞추려면 카드사는 생보사와 손보사 각각 최소 4곳과 제휴해 판매액을 똑같이 유지해야 하는 식이다.

문제는 카드슈랑스를 취급하는 보험사가 적어 궁극적인 목표 비율인 25%는 물론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50%도 준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카드슈랑스는 TM(전화영업)을 동의한 카드사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카드슈랑스가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적되면서 카드·보험업계는 녹취시스템 구축, 설명의무 강화 등의 영향으로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다. 현재 카드슈랑스를 적극 취급하고 있는 곳은 생보사와 손보사를 합해 3~5곳뿐이며, 전체 보험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에 불과하다.

궁극적인 목표치인 25%를 맞추기 위해선 생보사, 손보사 각각 5곳, 총 10곳 이상이 카드슈랑스를 취급해야 하지만, 보험사를 끌어드릴 별다른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3년 안으로 취급 보험사가 늘어나지 않으면 카드사들은 보험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카드업계와 보험업계는 카드슈랑스가 안정적인 수익 통로이긴 하지만, 취급액이 많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업계가 카드슈랑스 고사를 걱정하고 있는 이유는 카드사 소속 전화판매 전문 보험설계사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카드사에 파견된 하청업체 소속 대출모집인인데, 카드슈랑스 사업 중단 시 생계·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 이 같은 우려가 지속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카드슈랑스 활성화 TF’ 킥오프 회의 개최했다. TF 회의는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물론 보험설계사 고용 문제도 논의하기 위해 사무금융노조도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TF에서는 TM 채널을 통한 보험 모집시 설명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카드슈랑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TF 회의 일정이 지속 미뤄지면서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슈랑스는 채널을 열어두면 고객 유입이 지속돼 안정적인 수익 창구였지만 25%룰을 위반하면서까지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금융사의 수익성을 위해 꼭 필요한 보험판매 채널은 아니더라도 사업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보험)설계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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