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기업 위기 고조에 "군령장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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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1-01-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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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잇단 디폴트, 연초 군기잡기

  • 목숨 건다는 각서, 군령장 제도까지

  • 경제 반등 속 국유기업 리스크 관리

  • 기술자립·재무·문어발 확장 등 감독

목숨을 건다는 의미의 군령장(위)과 지난해 디폴트 사태를 맞은 중국 국유기업 칭화유니. [사진=바이두·연합뉴스]


지난해 대형 국유기업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로 홍역을 치른 중국이 연초부터 군기 잡기에 나섰다.

자립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인 '군령장(軍令狀)'까지 받겠다고 압박했다.

28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국유기업 개혁영도소조 회의를 열고 올해 중점 업무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유기업의 임무를 명확히 하고 심사를 계량화해 담당자가 책임을 지게 하는 군령장 제도 수립이 강조됐을 정도다.

군령장은 군사적 내용을 적은 문서를 뜻하지만, 삼국지의 제갈량은 아끼던 마속이 군령장을 쓰고 출전했다가 패하자 그의 목을 베었다.

군령장에는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유기업 개혁 3개년 행동 방안'을 통해 구조조정·시장화·주력 사업 강화 등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대형 국유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됐다.

BMW의 중국 내 합작 파트너인 랴오닝성 국유기업 화천그룹이 디폴트에 이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회사채 등급이 'AAA'였던 칭화유니(반도체)와 융청석탄전력(에너지)도 만기 도래한 채무를 갚지 못했다.

지방정부와 국유은행의 비호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다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자 곧바로 위기에 빠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 국유기업 관리에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다.

회의는 3개년 행동 방안의 두 번째 해인 올해 말까지 개혁 임무의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공산당의 영도를 강화하고 기업 관리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효율성 제고를 통한 기업 활력 증강, 과학기술 자립·자강 실현, 리스크 해소, 평가 제도 규범화 등이 4대 과제로 꼽혔다.

국유기업 재무 관리와 본업에서 벗어난 문어발식 확장, 회사채 디폴트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지샤오난(季曉南) 전 국무원 국유중점대형기업 감사회 주석은 "2021년은 국유기업 개혁을 위한 매우 중요한 해"라며 "3개년 행동 방안에서 확정된 각 임무를 신속히 이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긴박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국유기업보다 경쟁력이 약한 지방 중소형 국유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중요해졌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방정부의 국유기업 담당자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고 "국유기업 개혁을 심화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회의는 "제1책임자 제도를 시행하고 중점 개혁 과제를 전력으로 돌파하며 전면적 검열·심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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