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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코스피 상승랠리에 동참하지 못했던 네이버(NAVER)와 카카오 주가가 최근 뜀박질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으로 시장의 관심이 '언택트(Untact)'에서 경기 민감 섹터로 이동하고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우려가 이들 종목 주가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었지만 사업 확대에 최근 코스피 횡보장 속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51포인트(1.71%) 하락한 3069.0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하락 마감했지만 네이버는 전날보다 3.95%(1만3500원) 오른 35만500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36만6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카카오의 경우 전날보다 1.51%(7000원) 하락한 45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최근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코스피가 지난해 11월부터 보인 상승랠리 기간 동안 네이버는 이 같은 분위기에서 소외됐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한 이달 7일까지 33.72% 상승하는 동안 네이버는 0.17% 하락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소식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며 시장의 관심이 경기 민감 업종으로 이동한 데다 미국 등의 국가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도 이슈로 떠오르며 투자 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 상장 추진으로 기업가치 상승 기대감에 21.97% 상승률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것은 지난 8일부터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181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새해 들어서도 7일까지 3320억원 매도세를 보였으나 8일 하루에만 1조6080억원을 사들이며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당시 하루에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1790억원, 1330억원 순매수했고 기관도 카카오 480억원, 네이버 470억원을 사들였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네이버로 총 5630억원을 기록했고 카카오가 547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데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을 일컫는 '팡(FAANG)' 등 기술주에 대한 성장성이 부각되며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도 추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2억360만명으로 1년 전보다 3700만명 늘어난데 힘입어 매출이 1년 전보다 21.5% 증가한 66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9억5400만 달러로 14.4% 늘었다.
이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실적과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 확장 기대감도 커지며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네이버 주가는 15.26%, 카카오는 4.09%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3092.66에서 3069.05로 0.76% 하락했다.
특히 28일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 강화를 비롯해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복귀 소식이 네이버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네이버는 이날 지난해 매출이 5조3041억원으로 2019년보다 21.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조2153억원으로 5.2%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장중에는 36만6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7일에는 팬 커뮤니티 서비스 플랫폼인 '브이라이브(V LIVE)' 사업을 빅히트 자회사이자 플랫폼 '위버스' 운영 주체인 비엔엑스에 양도(약 2000억원 규모)하고 비엔엑스 지분 49.0%를 4118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 글로벌 확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브이라이브와 위버스 통합을 통해 네이버와 빅히트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분야에서 국내 경쟁사 대비 양질의 아티스트와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게 됐다"며 "글로벌 진출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최근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핵심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 웹툰, 웹소설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2차 콘텐츠 제작을 위한 IP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엔엑스와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 등 주요 자회사의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카카오M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명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할 예정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으로 기존 웹툰 중심 플랫폼에서 IP 기반 영상 콘텐츠 공급 채널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 연구원은 "카카오는 일본 픽코마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서도 콘텐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미국에서는 최대 주주로 등극한 타파스를 거점으로 페이지의 콘텐츠 공급을 늘리고 중국에서는 현지 플랫폼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콘텐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웹툰과 웹소설 기반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 제작과 흥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IP 개발과 영상 제작으로 구분돼있던 양사를 합병해 IP 활용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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