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해 불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은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도 전공의(인턴) 모집 합격자 공고’를 발표했다. 합격자 명단엔 조씨 이름은 없었다. 총 9명이 선발된 이번 인턴 모집에는 16명이 지원했고 실제 15명이 면접에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의사 국가고시(국시) 성적이 당락을 갈랐을 것이란 평가다. 중앙의료원 측은 “15%의 면접 성적 반영 비중은 일반적인 면접 기본점수를 고려하면 당락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고 전공의 임용시험 배점기준에 따라 내신(20%), 국시(65%) 성적과 그에 따른 석차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합격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27일 치러진 국립중앙의료원 2021년도 전반기 1차 인턴 면접에 참여했다. 조씨가 인턴 과정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올해 해당 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한 것이 조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씨는 인턴 지원 과정을 전후해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 수련은 피부과에서 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비슷한 시기 복지부가 중앙의료원과 중앙보훈병원 등 공공병원의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리면서 ‘특혜’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조씨가 국립중앙의료원에 신청한 것은 1년간 하게 되는 인턴 과정”이라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에 배정한 피부과 정원은 레지던트 과정이다. 전체적인 정책 조정에 따라 배정된 레지던트 과정은 1년간만 유효하다”고 해명했다.
인턴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1년 과정의 전공의를 말한다. 별도 진료과목 없이 인턴으로 1년간 수련한 뒤 진료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로 추가 수련을 받는다.
손 대변인은 “내년에는 이 과정이 유지될지 안 될지는 재판단할 부분”이라며 “(조씨가) 인턴이 된다고 가정해도 레지던트 정원은 1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1년 후 사라지고, 그때 다시 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날 중앙의료원 측도 “조씨가 인턴 면접에 응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별도의 과 지원 없이 선발하는 것”이라고 전했으며, 조국 전 장관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제 딸은 인턴 지원시 ‘피부과’를 신청 또는 희망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조씨의 의사면허 정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협 중앙윤리위)에 조씨의 의사면허 정지 결의를 제소했다. 의협 중앙윤리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사회원에 대해 회원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의사면허 관련 징계는 결의사항을 주무부처인 복지부 요청할 수도 있다.
유 회장은 “조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 입학과정에서 각종 불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의사 자격증을 취득해 많은 의사가 황당해하고 있다”며 “조씨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는 장래 조씨의 의사면허가 원인 무효일 경우 무자격자에게 진료를 받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의사면허를 대법원 확정 판결시까지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전날 “조씨가 의료 행위를 하다가 나중에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면 그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조씨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의사로서 활동을 보류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지난달 23일 법원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조씨의 입시비리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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