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완전히 꺾기 위해 방역의 고삐를 더 죄기로 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설 연휴가 끌날 때까지 2주 더 연장해 방역관리를 강화기로 한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 넘는 3차 유행 정점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광주 IM선교회발 무더기 확진에 이어 서울 한양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일상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터지면서 아직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카페·음식점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영업제한 그대로
이에 따라 정부는 2월1일부터 14일까지 수도권에서는 2.5단계, 비수도권에서는 2단계 거리두기 조처를 유지한다. 카페와 식당은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며, 실내체육시설과 노래연습장 등은 인원을 8㎡(약 2.4평)당 1명으로 제한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면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주점)도 2주간 더 영업을 금지한다.
전국적으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도 2주 더 연장하며, 철도 승차권과 숙박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등 설 연휴 특별방역대책도 시행한다. 예를 들어 철도 승차권은 창가 좌석만 판매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포장 판매만 허용한다. 설 연휴 때 여행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숙박시설은 객실 수의 3분의 2 이내 수준에서만 예약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아울러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위험성이 큰 시설 등에 대한 방역조치는 더욱 강화한다.
종교시설에서는 정규 예배를 제외한 숙박·식사·소모임을 앞으로도 일절 금지한다.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은 행정명령과 현장점검을 통해 지속 관리할 예정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종사자와 간병인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선제검사를 의무화한다. 숨어있는 감염자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한 선제적 진단검사를 유지할 예정이다.
강도태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아직도 400명대의 많은 환자 수와 전국적인 발생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재확산까지 일어난다면 짧은 시간 내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대유행’으로 번질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거리두기로 힘들어하는 많은 자영업자와 국민께는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 더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일주간 추이 지켜보며 방역 조치 재논의…공연장·영화관·스키장 등 일부 수칙 조정
다만 정부는 집합금지·운영제한 등으로 생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고려해 앞으로 일주간 상황을 지켜보고 거리두기 단계 및 각종 방역 조치의 추가 조정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일부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은 협회·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조정한다.
공연장·영화관의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상시 착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1.5단계와 2단계 모두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 2.5단계는 동반자 외 좌석 두 칸 띄우기로 방역수칙을 조정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영화관은 좌석 간 한 칸 띄우기 또는 동반자 외 두 칸 띄우기, 공연장은 동반자 외 두 칸 띄우기를 시행한다. 비수도권 영화관은 좌석 간 한 칸 띄우기 또는 동반자 외 한 칸 띄우기, 공연장은 동반자 외 한 칸 띄우기를 적용한다.
또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은 샤워실 이용이 금지돼 있었지만 한 칸 띄워서 샤워실 이용을 허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완화한다. 탈의실 등 샤워실을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의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조치를 해제한다. 다만 이동량 감소를 위한 타지역과의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은 유지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잠시 주춤했던 3차 유행이 지난주 IM선교회발 집단감염에 이어 최근 병원, 직장, 게임장, 체육시설 등 우리의 일상 곳곳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며 “3차 유행의 마지막 고비를 하루빨리 넘어설 수 있도록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조금만 더 힘내 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5인 이상 모임, 직계가족도 거주지 다르면 안돼
문제는 설 연휴를 앞두고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유지될 경우 주소지가 다른 가족이 모이면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란 점이다. 가장 큰 명절에 고향이나 친지 방문, 가족 간 모임 등이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다. 한국 정서상 명절 가족 모임을 법대로만 처벌하면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또한 설 명절 집집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직원이 돌아다니며 단속을 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
이날 브리핑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5인 모임 금지는 전 생활 분야 영향 미치는 조치로, 행정적으로 모든 부분을 처벌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다중이용시설 중심으로 관리하겠지만, 내밀한 사적 부분(가정 등)까지 관리하는 건 어려운 부분이다. 이 부분은 국민 여러분이 취지를 공감해 비대면으로 안부 묻기를 적극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 유지와 5인 모임 금지가 던져주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교수)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울 수 있지만 ‘코로나가 유행 중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며 “완벽한 효과를 바라는 게 아니라, 방역조치의 한 방법으로 기능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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