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없는 교육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습니다. 교육 없는 연구도 한기대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은 대학의 가야 할 길을 이처럼 요약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한기대는 지나온 세월보다도 변화무쌍한 향후 30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여느 대학처럼 신입생 모집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총장은 미래가 밝다는 데 목소리를 높인다.
이성기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의 사이클이 무척이나 짧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일선 기술자를 키워낼 교사와 교관을 양성하는 데 어느 때보다도 공을 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요즘 청년들은 예전보다도 미래에 대해 더욱 불안해한다. 코로나19 등 변화된 시대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꿈을 제대로 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에는 사회 여건이 젊은 층이 예전처럼 청춘만 생각하며 가슴이 뛰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부족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저 역시 젊은 시절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아 무엇이든지 스스로 극복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중학생 시절 비 오는 날이면 그런 어려움을 더욱 심하게 느낀 것 같다. 다만, 비 온 뒤 구름 위에 태양이 뜨는 모습 속에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기대하곤 했다. 마치 처음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갔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대기를 만나고 반짝이는 태양을 보듯이 말이다. 말은 쉽다고 할 수 있겠으나, 청년들이 현재를 이겨낼 수 있는 호연지기를 키워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말로 하기보다는 대학에 와서 학생들이 이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총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한기대의 청년들이 더 나은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총장은 밑단에 서고 교직원이 한 계단씩을 맡는 등 희망계단이 될 때 대학에서 청년들이 꿈도 꾸고 호연지기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에게 성공의 경험을 주기 위한 국토순례대행진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무엇인가.
"대학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국토순례대행진이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한다. 10박11일 동안 올레길을 걸어 거의 제주도 절반가량을 돈다. 마지막 날에는 한라산 정상에 올라간다. 이미 전통적인 행사이지만, 첫 취임 후 제주도 일정에 동참하면서 학생들이 한라산 정상 정복을 통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 에베레스트라는 거대한 성공이 아닌, 한라산 정복이나 이 같은 경험을 통해서 더 큰 목표를 둘 수 있기를 기원했다. 어떤 분야에서라도 세계 최고를 쳐다보고 올라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의 성과를 거뒀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결을 설명해 달라.
"취업률이 무려 84.7% 수준이다. 국내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 63.4%보다 무려 21.3%가 높은 수치다. 한기대만의 차별화된 공학교육 모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커리큘럼 및 체계적인 취업 프로그램 운영 덕분으로 말하고 싶다.
특히 개교 이래 이론과 실험·실습의 5대5 커리큘럼, 실무경력 3년 이상의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수 채용, 24시간 랩(Lab)실 개방을 통한 몰입 학습 환경 제공, 졸업연구작품제작 의무화 등 차별화된 공학교육모델로 재학생의 전공실무역량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한기대의 차별화된 교육으로 어떠한 인재를 배출하고 있나.
"간단하게 말한다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키고 있다. 폴리텍 대학의 예를 들자면, 그곳에서는 산업현장의 기술 인재를 키운다. 그만큼 현장에 적합한 인재가 배출된다. 한기대는 이 같은 기술 인재를 키워내는 교사, 교관을 양성하는 곳이다. 이렇다보니, 교육의 수준을 더욱 높일 수 밖에 없다. 한 단계 윗단의 이론과 실습이 결합된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인 셈이다.
특히, 한기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일반 산업현장에서도 시선을 모은다. 일반 기술자 수준을 넘어 산업현장에서 동료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업의 대표 입장에서는 한기대 학생을 채용할 경우,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다른 근로자를 가르칠 수 있는 기술 HRD(인적자원개발) 과정을 부전공으로 이수한다. 그래서 훈련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취업한 뒤 2~3년이 지난뒤에는 다른 기술자와 차이를 보인다. 현장 기술 습득이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기를 갖추다보니 외부 기관에서도 관심을 갖는다. 법무부 교정기관, 군대 등과 교관 요원을 키우기 위해 함께 협의중이다.
이렇다보니 대학평가 11년 연속 1위라는 기록도 얻을 수 있었다."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30살은 인생에서 ‘온전한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나간 역사를 반추하면서 가야할 30년을 그려봐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를 보면, 한기대가 나름 성과는 탁월하나 성과 홍보가 잘 안됐다. 그래서 우선, 30주년 행사에서는 한기대가 할 수 있는 기술을 결집해 행사 자체를 재미있고 의미있게 만들 계획이다. 로봇을 활용한 퍼포먼스나 홀로그램 연출도 고민하고 있다. 우리 기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30주년 행사를 열 계획이다.
미래 30년을 위해 '코리아테크 R&D(연구개발) 파크'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예전에 개발된 기술을 상품성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향후 30년을 위한 공유·협업의 R&D공간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기대는 현재 어디까지 왔나.
"AI 시대에는 전공지식과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한기대는 지난해 융·복합교육 강화를 위해 AI·빅데이터 트랙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AI 부전공을 도입할 예정이다.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서비스를 제공해 AI/SW+X(전공능력)형 융합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 붙인 상태다.
하지만, 무조건 AI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학부 특성상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만큼 2010년부터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저명인사를 초청한 '휴먼 아카데미'를 매월 열고 있기도 하다. 인문학적 소양과 탁월한 공학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학교를 이끌어나갈 건가.
"대학이라는 조직이 예전 공무원 조직과는 다르다. 무조건 속도전을 벌이기보다는 어떤 형태든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일사불란하지 않더라도 교수도 참여하고 직원도 참여해야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대학원도 교육과 연구가 병합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최첨단 기술로 구현할 계획이다.
미래학습관의 내년 말 개관도 준비중이다. 미래학습관은 최첨단 에듀테크를 활용해 첨단·신기술 분야의 실습과 연구가 이뤄지는 연구공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 성과로 하기보다는 후임 총장의 취임식을 개관식에서 진행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학교를 위해 미래학습관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은 누구
2019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 총장은 행정고시 32회 출신이다. 1989년 고용노동부에 첫발을 내디딘 후 대통령비서실 복지노동수석실 행정관, 노동부 혁신기획관, 국제노동정책팀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한국산업인력공단 능력개발이사, 코리아텍 특임교수, 제6대 고용노동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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