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비축 물량을 최대한 풀겠다고 했다. 하지만 성수품 공급 확대 등은 미봉책에 불과해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상쇄할만한 국민 소득 증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정부는 설을 앞두고 서민물가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성수품 공급을 확대했다"며 "최근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계란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 확대,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수급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내달 10일까지 농산물의 성수품 공급량을 1.8배, 축산물 공급량은 1.3배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대상은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계란, 밤, 명태 등 16대 핵심 성수품이다.
전 세계적 코로나 확진세 속에 이례적인 한파 등 기후변화로 세계 식량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선물시장에서는 최근 옥수수, 밀, 콩 등 주요 곡류 가격이 2013~2014년 이후 매달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여름 태풍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던 데다 올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한파 영향으로 농·축산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수요 불일치로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감소에 소득까지 줄어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들 부담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물가 상승을 상쇄할 국민 소득 증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거시경제적으로 지표물가가 0%인건 경제가 안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라며 "물가는 선행적으로 오르는 반면 고용 등은 투자가 이뤄지고 생산이 다시 재개돼야 이뤄지는 만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을 끌어올리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 지표와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생기는 원인을 파악해 관련 통계를 산출하는 방식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발표하는 소위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계청은 식품 등 국민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도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생활물가지수를 작성한다. 반면, 이날 발표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불과 0.3% 오른 것으로 집계돼 체감 물가와의 괴리가 컸다.
문제는 새로운 기준연도인 2020년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복과 신발, 외식 및 숙박, 교통 관련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보건 관련 소비지출은 증가했다. 특수한 상황이 기준연도가 되면 통계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커진다.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평이하지 않았던 해가 기준연도라 소비지출 구조 자체가 변화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대표 품목을 선정하고 품목별 가중치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물가 관련 분류도 개선해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간의 괴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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