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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단일화가 되면 제가 더 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일 광진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시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우위로 나타나자 한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포함한 여론조사는 ‘중도’ 지지층의 선택이 나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세훈 전 시장의 중도 확장성은 이미 증명됐다. 지난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했지만 정당 득표 대비 득표수는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도 확장성을 토대로 향후 안 대표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출마 스텝은 꼬였다. ‘조건부 출마’ 선언 탓이다. 지지율도 많이 빠졌다. 오 전 시장은 “‘조건부 출마선언’이라고 해버리니, 국민께 불경스럽게 비친 것”이라며 “손해를 많이 봤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범야권 단일화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 오 전 시장은 “문재인 정부에 옐로 카드를 드는, 다시 말해 더 이상 무능과 폭주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의지 표현이 필요한 보궐선거”라며 “야권 단일후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물론 같은 야권 내에서도 공격의 목표가 됐다. 예측 가능한 부분인데, 비판을 무릎쓰고 출마하게 된 배경은.
“이번 선거는 옐로 문(yellow moon) 선거다. 문재인 정부에 옐로 카드를 보여주는, 다시 말해 더 이상 무능과 폭주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의지 표현이 필요한 보궐선거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 효과가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야권의 단일후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절박감이 있다 보니 ‘나 아니라도 된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대표가 우리 당에 들어오면 단일화 문제가 해결된다. 야권 분열의 가능성을 초기부터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제안한 건데, 그걸 언론에서 ‘조건부 출마선언’이라고 해버리니 ‘출마에 무슨 조건이 있느냐’ 국민께 불경스럽게 비친 거다. 내가 말을 잘못했다. 우리가 출마 제안 선언이나 입당 제안 선언으로 제목을 뽑았어야 했다. 조건부 출마가 돼 버리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봤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 마음은 변화가 없다. 초기에 단일화가 됐으면 참으로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뒤 서울시장에서 사퇴, 이후 선거에서 번번이 패했다. 10년여간 정치적 야인 생활을 하며 배운 것은.
“지난 5년간 고려대 미래융합대학원에서 최첨단 과학기술,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경영을 접목하는 방식에 대해 매 학기 강의를 했다. 주제가 정책과 미래였다. 미래 기술이 경영 환경과 정책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나름대로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강의와 대중 강연 등을 해왔다. 넓은 의미에서 국회 활동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실력과 비전을 쌓는 축적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축적된 경륜과 혜안이 만나면 폭발적인 에너지로 미래 서울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나오는 공약들이 이를 바탕으로 나오는 공약이다. 지금 코로나19로 민생이 어려워서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곧 글로벌 스마트 국제 도시의 밑그림이 시민 여러분께 제시될 것이다. 그것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꼭 국회 안에 있어야 정치역량이 생기는 건지, 그건 국민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다.”
-정치적 선택 가운데 가장 후회하는 것은.
“역시 서울시장직 중도사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는데, 사퇴 이후에 이렇게 서울시정이 퇴보할 줄은 몰랐다. 도시경쟁력지수도 제가 재임할 때보다 많이 떨어졌고,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제가 10위권까지 올려놨는데 33위로 떨어졌다. 삶의 질 지수도 마찬가지다. 굳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의 평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시민 여러분들이 느낄 거다. 제일 처참한 게 주택난이다. 주택값이 올라가는 거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계경제에 영향이 엄청나다. 주거비가 올라가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가계가 정말 극심한 고통 속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고, 그런 자책감 때문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지난 전당대회, 황교안 전 대표에게 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당시 두 개의 노선이 경쟁했다. 우익보강이냐, 중도확장이냐. 우익보강론은 사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보수층은 이 정권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더이상 보강할 우익이 없다. 반면 중도확장은 여지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야말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당이 얼마나 어려운 분들 보듬으려고 노력하는 정당인지 보여주게 되면 당의 외연도 확장되고 떠났던 민심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감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
-최근 몇몇 3자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오차범위 내 우위가 확인된다.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제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안 대표와 저는 중도층에서 겹친다. 단일화가 되면 제가 더 세다. 여론조사는 그런 허점이 있다. 3자 대결을 하게 되면 보수 우파가 결집돼 있는 나 전 의원이 유리하다. 중도층은 저와 안 대표로 흩어져 있다. 저와 안철수를 놓고 민주당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넣으면 색깔이 같은 안철수와 오세훈으로 표가 분할된다. 지지층이 겹치면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차라리 일대일로 붙이는 게 맞다. 저희가 보기엔 방법론 상의 문제고, 나 전 의원과 저는 박빙이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이른바 ‘강성보수층’에게 소구할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그분들은 저도 지지할 수 있는 분들이다. 제가 우파가 아닌가? 다만 중도확장력이 있는 우파라는 정치적 브랜드를 갖고 있는 거다. 그분들이 제가 후보가 된다고 해서 투표장에 안 가시겠나. 그분들의 전략적 판단을 믿어야 한다. 그분들이 ‘누가 더 보수다, 덜 보수다’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누가 단일화 경쟁에 나갔을 때, 본선에 진출했을 때 이길 수 있느냐’ 판단하는 능력은 있으시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력을 믿는다.”
-국민의힘 경선 열차가 출발했지만, 단일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중진들은 여전히 안 대표 입당이 필요하다고 한다.
“열차는 일단 떠났다.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저는 굳이 들어오지 말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결단해서 들어오면 단일화 불발의 위험성이 원천 봉쇄된다. 안 대표로서도 2번을 달고 하니까 선거에도 유리하다. 특히 우리당의 조직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굳이 들어오지 마시라고 하는 건 도리가 아닌 거 같다. 물론 제가 제안했을 때 입당을 했으면 정말 멋진 결정, 의미있는 결정이 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왕에 당내에 그런 분위기가 있다면 완전히 물꼬를 걸어 잠글 필요까지 있겠나란 생각이다. 단일화가 절체절명의 과제지 않나.”
-국민의힘 경선 최종 후보가 되신다면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실 건가.
“그때는 당의 후보가 돼도 당 소속 후보자다. 당의 결정에 일임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단일화 과정에 참여는 하겠지만 당의 방침을 우선으로 해서 단일화에 임할 것이다. 그게 가장 상식적이고 바람직한 처신이다. 당과 엇박자가 나서야 어디 단일화가 되겠나.”
-단일화에서 오세훈의 강점 역시 ‘경험’인가.
“그렇다. 역시 1년 임기의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시민 여러분은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거다. 4년 임기의 정상적인 선거라면 한 1년 일을 배우고 파악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3년 정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이번 시장의 임기는 1년 만에 끝나기 때문에 당장 행정력이 요구될 것이다. ‘누구의 행정력이 우리의 고통과 불편을 덜어줄 것이냐’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이 가장 유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당선이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할 말은.
“국무회의에 들어가면 일단 재산세 문제를 얘기하겠다. 직업 없이 집 한 채만 갖고, 그걸 노후 생활자금으로, 노후의 대비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재산세 인상은 날벼락이다. 집값을 본인이 올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오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호소를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비롯해서 이 정부가 고집스럽게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매주 하나씩 얘기해서 바꾸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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