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확정해서다. 여기에는 과징금을 내는 것은 일회성에 그치다보니 자진시정안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애플의 '갑질'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이뤄지지 않아 애플에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쟁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2019년 6월 4일 애플은 이 건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법적으로 유·무죄 판단을 다투기보다 이통사와의 거래 관계를 개선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동의의결제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과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애플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였다.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의 특성상 사업자에 대한 법적 제재보다 자발적인 시정조치가 피해자를 더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공정위는 두 차례의 심의를 거쳐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공정위는 애플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8월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후 60일간 검찰과 5개 관계부처,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정위는 이를 검토해 최종 동의의결을 확정했다.
애플은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게다는 내용의 시정안을 통해 앞으로 3년 간 이통사에 전가했던 광고·수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를 분담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중소사업자와 프로그램 개발자, 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할 상생 지원기금 조성 계획도 밝혔다.
공정위는 애플이 내놓은 자진시정 방안이 과징금에 걸맞다고 판단하고 이를 인용했다. 또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거래 질서를 회복시키거나 소비자와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적절하다고 인정된다고도 봤다.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 스스로 자진시정 방안을 제시해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고, 행위금지명령 중심의 시정 조치에서 벗어나 피해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법적 다툼을 벌이지 않아 기업 봐주기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공정위의 동의의결안 확정으로 애플은 우리나라에서만 법망을 빠져나가는 꼴이 됐다. 2013년 대만 경쟁 당국은 애플이 아이폰 판매 가격을 통제했다며 2000만 대만 달러 벌금을 부과했다. 프랑스와 호주, 이탈리아에서는 과징금 또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같은 논란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동의의결은 원칙상 엄격한 요건하고 절차에 따라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봐주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고 일축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여기에서 말하는 엄밀한 요건은 법 위반 시 예상되는 시정 조치, 그 밖의 제재와 균형을 이뤘는지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다"며 "만약에 애플의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경찰에 고발하는 사건이 될 정도면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승인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동의의결제도 채택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는 "장기간의 소송전을 거치는 것보다 동의의결을 통해 신속하게 거래 질서를 개선하고 피해 구제를 도모하는 것이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에게 더 나은 대안일 수 있다"며 "특히 시장 변화가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동의의결 제도를 잘 활용하면 적시에 탄력적으로 시장질서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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