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3일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21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57.5% 찬성률(1245명·재적대비)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대표노조와 금속지회만 참여했다. 소수노조인 3노조(새미래), 4노조(영업·서비스) 소속 154명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조정 중지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번 찬반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조합원으로부터 찬성을 받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됐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부분파업을 한 지 약 1년 만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7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0년 임단협에 돌입했으나,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노조는 파업 돌입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본사인 르노그룹도 수익성 위주로 사업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르놀루션' 전략을 발표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 파업과 높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신차를 생산하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리스토퍼 루떼 르노삼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같은 차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비해 1100달러(약 1220만원) 비싸다"면서 "부산공장이 생산량을 확보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회사의 미래가 달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노조에는 부담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7.9% 감소한 3534대를 기록한 반면, 수출은 XM3를 앞세워 전년 동월 대비 35.6% 증가했다(2618대). 파업이 장기화하면 XM3 물량 확보 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노조는 우선 오는 4일로 예정된 임단협 5차 본교섭에서 사측의 제시안을 보고, 향후 투쟁 수위와 방식 등을 결정한단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 5년간 6.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온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5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제시안을 오픈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제시안이 없거나 형편없는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노조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사측과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당장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르노삼성차는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을 20% 삭감하기로 한데 이어,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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