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졌으나 최근 다시 외국인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수급에 유리한 원화 강세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그동안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유동성 모멘텀도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개인 투자자에서 외국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은 지난해 말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은 11월 4조9938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최고 128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후 하락세를 보인 데다 신흥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상대적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4일 1082.10원까지 하락한 이후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11월과 같이 1100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입에 유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에 주목해온 만큼 유동성 모멘텀이 소멸되며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언젠가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시그널을 보낼 것이고 그에 따라 유동성 모멘텀도 사라질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시장을 주도했던 주체는 외국인이었고 지난해의 경우 개인이 주도하는 특이한 상황이 펼쳐졌지만 최근과 같이 외국인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 수급 강도에 따라 코스피 방향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 절반도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외국인 자금이 어느 정도 강도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코스피 방향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인 투자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도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 순매도 규모가 과거의 누적 순매도 규모를 뛰어넘었다"며 "엄청난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셈인데 지난해와 올해 연초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증시 하방경직성이 생겼다. 외국인이 강한 매도세를 보여도 주가가 강하게 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2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19조1439억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하회했다. 특히 코스피가 장 중 사상 최고치인 3266.23까지 오른 지난 11일 거래대금 44조4338억원에 비해 56.92% 감소한 수준이다.
다음날인 3일에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21조6307억원으로 다시 20조원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거래량이 주춤하며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 주체로 떠올랐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여전히 외국인을 무시할 수 없는 단계"라며 "최근 조정에서도 사실상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지수 하락세가 이어졌는데 결국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을 사는 게 중요해졌다. 외국인 매수 재개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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