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징역 위기에 처했다. 미얀마 경찰이 현재 구금 중인 수치 고문을 수출입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면서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지난 1일 수치 고문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워키토키(Walkie-Talkies·휴대용 소형 무선송수신기)와 다른 통신 장치를 발견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찰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있는 수치 고문의 자택에서 총 6개의 불법 수입 워키토키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를 감행하면서 지난해 11월 총선 결과를 문제 삼았다.
군부는 총선 유권자 명부가 860만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했음에도 집권당인 NLD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년간 국가비상사태 이후에 총선을 다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NLD 지도자이자 미얀마 실권자인 수치 고문이 부정 선거를 주도했다고 판단해 수치 고문의 구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런데 군부는 돌연 수치 고문에게 ‘수출입법 위반 혐의’를 내밀었다. 이에 대해 BBC는 “쿠데타의 심각성에 비해 수치 고문이 기소된 혐의가 우스꽝스럽다”고 비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얀마 군부가 수치 고문을 ‘수출입법 위법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 수치 고문의 선거 출마를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래리 재건 미얀마 전문가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범죄는 사소하다. 그러나 만약 (수치 고문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군부 공언대로 1년 뒤 새로운 총선이 열릴 때 수치 고문이 선거에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치 고문이 만약 수출입법 위반혐의로 3년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군부가 1년 뒤에 다시 치르겠다는 총선에 출마할 수 없어 수치 고문의 정치권 복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찰스 산티아고 말레이시아 의원 역시 군부에 내린 혐의가 ‘우스꽝스럽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부터 불법적으로 권력을 빼앗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군사 정부의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산티아고 의원은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치 고문과 같은 날 구금된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은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얀마 경찰 문건에 따르면 민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집합 금지 조치를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되자 미얀마 내 페이스북 서비스 접근을 차단했다.
미얀마 정보통신부는 온라인 공지를 통해 “‘안전성을 위해 오는 7일까지 페이스북 서비스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부의 페이스북 차단은 쿠데타 공식 선언 후 사흘 만에 이뤄졌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현재 미얀마 일부에서 페이스북 접속이 중단됐다는 것을 안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가족, 친구와 소통하고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연결을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과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미얀마 국민 5300만명 중 절반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고문 등 NLD 주요 관계자는 군부 쿠데타 이후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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