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3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약속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조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얀마 민주주의 즉각 복원 필요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린치핀)인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며 “북한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한·미 정상은 버마(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면서 “양국에 핵심적인 다양한 국제적 사안을 논의했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기후 변화와 같은 공동 과제 대응에 협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정상의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21일 취임한 지 14일 만에 이뤄졌다.
청와대는 이날 두 정상의 통화 시간, 덕담 등까지 언급하며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전달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상황 완화시 한·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통화 시간, 양국 정상의 발언 등이 빠진 비교적 간략한 보도자료 형식으로 두 정상의 통화 소식을 알렸다.
다만 백악관이 ‘인도·태평양(Indo-Pacific)’ 대신 ‘동북아시아(Northeast Asia)’라고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앞서 당선인 시절 문 대통령과 통화 소식을 전하며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미국은 대중(對中)견제 정책으로 꼽히는 쿼드 등을 언급할 때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가 인도·태평양 정책의 토대라고 설명, 이를 계승·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놨다.
2017년 11월 4개국 외교당국 관료회담으로 시작, 2019년 9월 뉴욕에서 첫 장관급 회의를 한 ‘쿼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견제 노선의 중심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가진 두 번째 장관급 회의에서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을 압박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캐나다, 멕시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정상 등과 통화했다. 경쟁 구도에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홍콩명보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 통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오래된 전통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현재의 미·중 관계를 고려하면 양국 정상이 정상통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강경 노선 강화를 위해 동맹국과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고, 시 주석으로서도 현재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한다고 해서 미·중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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