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올해 배당성향을 작년보다 5~10% 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 등을 이유로 보험사에 고액 배당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해 배당성향을 작년보다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미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낮추는 것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2020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5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총액은 약 4489억원이며, 배당성향은 35.5%다. 배당금총액은 작년보다 270억원 줄었고, 배당성향은 1.5% 포인트 낮췄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배당성향이 낮을수록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더 적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은 당초 올해 배당성향을 40~50% 수준으로 상향할 계획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00억~1900억원 배당금이 줄어든 셈이다.
삼성화재 역시 주당 8800원(우선주 8505원)을 책정했다. 배당성향은 작년(56.2%)보다 6.7% 포인트 하락한 49.5%다.
실적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반대되는 행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37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 늘었고,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17.3% 증가한 75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해상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등 주요보험사들도 최근 배당성향을 2019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보험사는 배당 성향을 2019년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앞서 대부분의 보험사는 작년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올렸다. 현대해상은 전년(24.1%)보다 2% 포인트 올린 26.1%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 밖에 한화생명은 18.1%→22.4%, 교보생명은 19.4%→25.5%, DB손해보험 23.5%→25.1% 등도 배당성향이 상승했다.
보험사들이 배당성향을 낮추는 데는 금융당국의 권고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보험사 임원을 소집,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해 구두로 배당 자제를 요구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배당 자제 권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보험사별로 배당성향에 차이가 있는 만큼, 금융지주·시중은행(20% 이하 제한)과 달리 세부 요구사항은 없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금융사 이익공유제 참여 요구 확대도 보험사들이 배당성향을 낮춘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요구에 불응할 경우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사 이익공유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이달 여당이 임시국회에서는 이익공유제를 위한 손실보상제‧협력이익공유법‧사회적연대기금법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국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여당의 질타가 크게 우려되는 만큼, 배당성향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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