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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노동운동단체 권리찾기유니온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청구인 및 담당 변호사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노동계가 무려 20여년 동안 요구해온 법안이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노동자 사망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게 된다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아직 시행까지는 1년의 시간이 남았으나 정부와 정치권, 업계 모두 분주하다. 정부는 자율진단을 통해 사전에 재해를 예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정치권은 시행하지 않은 법인데도 대기업 CEO 호출에 나설 모양이다. 업계는 법안 적용 시점을 2년가량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산업재해에 기업,경영자 처벌 강화하는 중대재해법 1월 8일 국회 통과
국회는 지난달 8일 본회의를 열고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게 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 중대재해법에 따라 시민재해를 포함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은 1년 공포일대비 1년 뒤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3년 뒤 적용된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 정부·정치권·기업 시각 천차만별
중대재해법안만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은 1년 뒤다. 그러나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 업계의 대응 셈법은 사뭇 다르다.일단 정부는 종합자율안전진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화진 차관은 지난 3일 충남에 있는 대산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산시, 주요 6개 석유화학업체 안전관리총괄책임자(공장장), 한국안전학회, 노조 및 주민대표 등과 '종합자율안전진단 개시 회의 및 화학사고 재발방지 서명식'을 가졌다.
'종합자율안전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진단(사고원인, 법 위반사항 발굴, 작업조건 평가 등)뿐만 아니라 사업장 조직문화, 협력사를 포함한 안전작업기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적정성 등을 분석해 개선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종합자율안전진단은 △사업장 안전보건시스템(노동환경, 안전문화 등) △공정안전관리(안전운전계획 실행·운영·평가, 화학설비 건전성 등) △사고원인 심층분석(휴먼에러, 절차 미준수, 관리부실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전개된다.
정부는 종합자율안전진단을 통해 제시되는 재발 방지 대책을 충실히 이행할 예정이다. 민간에도 이같은 진단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치권은 법 시행 1년 전인데도 벌써부터 관련이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호출부터 나설 태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는 22일에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고 지난해와 올해 중대재해 사건이 발생한 12개 대기업의 CEO를 증인으로 출석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 CEO들이 선제적으로 산재 예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취지다.
이와 달리, 업계는 중대재해법의 2년 유예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중대재해법 관련 중소기업계 건의사항'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50인 미만 기업과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도 법 시행을 2년가량 미뤄달라는 게 중기업계의 요구사항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중기업계와 뜻을 모았다.
권칠승 중기부장관, "바꿀 부분 있다면 찾겠다"
권칠승 중기부장관 후보자는 이달 들어 "법이 현장에서 적용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바꿔야 한다면 바꿀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특히 권 후보자는 "중대재해법은 만들어질 때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며 "5인 이하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다중이용시설은 적용에서 빠지는 등 중기부가 제도 내용 구성에 많은 역할을 했다”며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업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도 보인다. 앞으로 대통령선거 등을 고려한다면, 밀어붙이기식 법률 제정이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중대재해법 보완 입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 보완은 시행하면서 보완 의견도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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