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갑자기 사망했다.
암살 의혹이 일었던 나발니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의사가 급작스레 사망하면서 정권차원의 암살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옴스크응급병원은 성명을 통해 나발니의 치료를 담당했던 막시미신 세르게이 발렌티노비치 박사가 55세 나이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막시미신 박사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독일 정부는 나발니가 옛소련이 개발한 치명적 독극물인 노비촉 계열의 화학물질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독일에서 치료를 마치고 의식을 회복한 나발니는 지난달 17일 러시아로 귀국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 공항 도착 직후 러시아 연방형집행국 요원들에게 곧바로 체포됐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일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나발니의 보좌관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막시미신 박사는 나발니가 혼수상태일 때 치료한 책임자로, 나발니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해(foul play)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암살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러시아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열악하고, 그 나이대 의사가 갑자기 사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막시미신 박사의 사망에 대한 어떤 조사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옴스크응급병원 1호 수석의사를 역임한 알렉산더 무라코프스키 옴스크 지역 보건부 장관은 성명에서 "막시미신 박사는 병원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수천 명의 인명을 구했다"며 "그는 너무 일찍 떠났고, 그래서 더 상실의 고통이 크다"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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