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부터 ‘미얀마 쿠데타’ 악재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무부를 방문해 ‘미국 외교의 귀환’을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이하 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부를 찾아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미국의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라며 동맹 협력을 통한 미국의 리더십 복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외교로 주도한다는 말은 동맹, 핵심 파트너들과 다시 한번 어깨를 맞대고, 적과 경쟁자들을 외교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취임 후 각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를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우리의 친한 친구들(closest friends)’과 통화를 했다면서 “이는 동맹과 협력 관행을 다시 형성하고, 지난 4년간 무시와 확대로부터 위축된 민주적 동맹의 힘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힘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민주주의 동맹 관계가 위축됐다고 지적하며 ‘바이든식(式) 외교’의 핵심이 민주주의 동맹 관계 재건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아울러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시험대로 꼽힌 미얀마와 러시아 문제도 거론했다.
◆바이든, '트럼프 흔적' 지우고 국무부 힘 실어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벤저민 프랭클린룸에서 국무부 직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새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특히 연설 곳곳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꼬집으며 ‘트럼프 행적’ 지우기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행정부가 주장했던 ‘미국 우선주의·고립주의’ 기조를 지우는 동맹 강화에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국무부 직원들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국무부 소속 직원들을 향해 “여러분은 해외에서 미국의 얼굴”이라면서 “우리 행정부에서 분은 신뢰를 받을 것이고,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이다. 약속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국무부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당신(국무부 직원)이 하는 모든 일이 미국인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며 “이곳(국무부)이 미국인들이 (지금의 위치에) 서 있는 토대”라고 말했다.
◆中·러시아·미얀마에 경고…‘핵’ 北·이란 언급 無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러시아, 미얀마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핵 문제로 얽힌 북한과 이란은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선언한 미얀마 군부에 △권력 포기 △구금자 석방 △통신제한 철폐 △폭력 자제 등을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리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살 시도와 구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를 시사하며 “러시아의 공격적 행보, 미국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자국 시민 독살(시도)에 미국이 나가떨어지던 시절은 끝났다”며 “러시아 문제와 관련해선 합당한 대가를 부과하고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가장 심각한 경쟁자(our most serious competitor)’라고 표현하며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할 때 협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외에도 예멘전 지원 중단, 난민 수용 한도 대폭 상향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외교정책 지우기에 연설 초점을 맞췄다.
다만, 이란과 북한 문제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아 ‘핵’ 문제와 관련 정책을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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