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공사현장. [사진=김지윤 기자]
지난 6일 GBC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9호선 봉은사역 6번 출구에서 2호선 삼성역 7번 출구를 잇는 거대한 부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GBC는 대지면적 7만4148㎡에 건축면적 3만4503㎡, 연면적 91만3955㎡ 규모로 건립된다.
현재는 부지만 다져놓은 상태로 형형색색의 가림막이 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가림벽에는 '휴식과 공연, 무엇이든··· 시민 중심의 열린공간', '국제교류 복합지구의 관문', '쇼핑과 문화를 다 누리는 국내 최대 지하도시' 등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를 홍보하는 서울시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서울시는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199만㎡에 달하는 지역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하고, 이 관문 역할을 할 교통허브로 삼성역에서 봉은사역까지 630m 구간에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 계획에 의하면 GBC는 이 같은 전체 계획에서 '랜드마크'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최고 105층 높이의 업무시설을 비롯해 차별화된 전시·컨벤션 센터(1만6500㎡ 이상), 공연장(2000석), 관광숙박시설(265실 이상), 최상층 전망대(3000㎡ 이상) 등을 구축해 코엑스와 더불어 최고의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핵심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변과 단절·고립돼 있던 종전 부지와 달리 전체를 시민에게 개방, 코엑스-현대차부지-탄천-한강을 잇는 대규모 보행 및 휴식 공간, 문화예술과 미래 기술을 경험하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날 본 GBC는 아직 그 역할을 다하기에는 한참 멀어 보였다. 지난해 5월 착공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공사현장. [사진=김지윤 기자]
공사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기존 105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원안에서 한 발 물러나 건물의 층수를 낮추고, 건물을 나누는 설계변경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강남구는 "GBC가 완공되면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으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된다"며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가급적 강남구민, 서울시민과의 약속에 충실하게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강남 지역민들은 어떤 방식이든 GBC의 빠른 완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삼성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몇년째 공사가 제자리걸음"이라며 "건물 층수를 떠나서 빨리 건물이 지어지고, 현대차 직원들이 입주해 상권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건물은 유지관리비도 많이 들고, 임대 역시 까다로워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라며 "층수를 낮추고 건물을 여러 개로 쪼개면 공사비용도 줄고, 향후 건물 매각 등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설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하고, 변경안을 허가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