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대한민국 2040, 그저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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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1-02-0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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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종이컵 촛불정부가 들어선 지 4년, 문재인 정권도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지난 세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정책, 소득주도 성장정책, 주택정책, 노동정책 등 듣도 보도 못한 현란한 정책들을 무수히 내놓고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갔지만 종착역이 가까워오면서 그 실체들이 차츰차츰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비판적 연구가 있겠지만 당장 절실한 것은 속절없이 추락한 하위계층의 경제적 참상이다. 덕을 본 부류도 없지야 않을 테지만 원래부터 경제형편이 좋지 않았던 하위계층은 지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온 몸으로 흠뻑 검댕을 뒤덮어 쓰면서 악전고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전체 가계의 평균 총자산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사이 3억8700만원에서 4억4500만원으로 5870만원, 15% 늘어나는 동안 가장 경제형편이 어려운 최하위 20% 계층(이하 1분위 가계)의 자산은 1200만원, 10%밖에 늘지 못했다. 다섯 분위 가계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낮다. 차하위 20%인 2분위 가계가 16%, 3분위 가계가 14%, 4분위 가계는 12%, 최상위 5분위 가계가 18%(1억5000만원) 증가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더 두려운 사실은 지난 3년 동안 1분위 가계 자산 증가액 1200만원은 박근혜 정부 3년보다도 오히려 낮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1분위 가계자산은 9840만원에서 21%, 2060만원이나 늘었는데 이것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늘어난 1200만원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금액이다. 1분위 가계자산이 3년 동안 그나마 1200만원 늘어난 것도 가격이 오른 부동산 자산가치가 1036만원 늘어나서 그렇지 금융자산은 3년 동안 162만원밖에 늘어나지 못했다. 2분위 금융자산도 476만원 느는 데 그쳤다. 부채가 늘어난 것을 뺀 순자산 상황은 더 안 좋다. 지난 3년 동안 1분위 가계 순자산은 971만원 느는 데 그쳐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순자산이 2068만원 늘어난 것의 절반도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1분위와 2분위 같은 하위 가계의 자산축적 속도가 다른 어느 계층보다도 낮고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증가금액이 더 적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1분위와 2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이 증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한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은 57만5000원에서 43만7000원으로 줄어들었고 2분위 가계도 166만4000원에서 162만9000원으로 3만5000원 감소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최저임금은 6030원에서 8350원으로 38%나 올랐지만 최하위 40% 가계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역성장을 지속했다. 하위 40% 가계의 근로소득이 역주행한 이유는 일자리와 근로시간 감소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29세 이하 청년 일자리는 17만2000개가 줄었고, 30대는 30만8000개가 줄었으며, 40대 일자리는 48만6000개가 줄었다. 50대의 경우에는 4년 동안 20만개 늘었지만 이 또한 박근혜 정부 4년의 73만4000개 증가에 훨씬 못 미친다.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저조한 일자리 성적이다. 게다가 근로시간도 3년 동안 거의 5시간이나 줄어들었다.

근로소득만 감소한 것이 아니다. 사업소득은 더 광범위하게 감소했다. 1분위 가계 사업소득은 23만4000원에서 22만6000원으로 3만2000원 위축되었고, 2분위 가계 사업소득도 3000원 감소했다. 3분위 사업소득은 28만1000원이나 줄어들었고, 4분위도 16만8000원 축소되었다. 근로소득에 주로 의존하는 하위가계는 일자리가 없어져서 소득이 줄어들고 좀 더 나은 계층이라 할 3분위와 4분위는 사업소득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말이다.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된 2020년 통계가 나오면 상황은 더 참혹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근로소득이 줄면서 대부분 계층의 사업소득마저 동시에 줄어든다면 국민들은 모아두었던 통장을 털든지 아니면 부채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모아둔 금융자산이 있으면 몰라도 40대나 30대, 20대는 거의 전적으로 빚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의 부채는 커질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전체 가계 금융자산은 375만원 줄어들었고, 1분위 금융자산도 76만원 축소되었다. 2분위와 3분위 가계 금융자산이 각각 104만원과 146만원 늘었지만, 4분위나 5분위는 각각 842만원과 1206만원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가계가 예금을 까먹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기업의 임직원이거나 충분한 금융자산을 축적해둔 사람이 아니라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줄어든 대부분의 하위계층 가계는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궁지로 몰리게 되고 만다. 촘촘한 사회복지망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취업실패자나 사업실패자가 매년 수십만명을 넘어 수백만명에 이르면, 경제 붕괴는 물론 사회 붕괴마저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엇보다도 지난 4년 동안의 정책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왜 20·30·40대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왜 하위계층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역주행했는지에 대한 자체평가를 내려야 한다. 최저임금정책에서부터 공정을 앞세운 기업규제, 혁신을 내세운 경영 개입, 정부 아집과 독선에 기초한 기업의 창의와 자율무시 등 경제의 역동성을 끔찍하게 족쇄 채운 행태들에 대한 정확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과감하게 그런 착오들을 시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이라면 냉혹하게 되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워야 한다. 자영업자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며, 특수고용직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억울하게 근로소득이 깎이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며 직장에서 내몰리고 빚더미에 앉아야 한단 말인가. 그냥 몇 십만원을 기본소득이라고 주머니에 꽂아주면 정부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면 착각도 그런 착각은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일자리는 더 없어지며, 집값은 더 오르고 아이들 교육은 더 힘들어져 살기는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 공정이라고 쓰지만 불공정이라고 읽으며, 공평이라고 말하지만 불공평이라고 이해하며, 정의라고 외치지만 불의를 감춘 것임을 다 알고 있다. 하위계층과 20·30·40세대가 더 불행하고 참혹해지기 전에 정책의 핸들을 꺾어야 한다.



 

[신세돈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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