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7기)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임 부장판사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가 나눈 대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의힘이 정치적인 제스처로 탄핵을 말할 뿐 실제 발의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가공무원법·법관 징계법 등은 비위가 있는 공무원 자진 퇴직을 허용하지 않아 논란 자체가 무의하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 4를 보면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 사직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수사가 오가는 동안 '위헌적인 행위를 한 법관 탄핵'은 사라지고 '사법부 길들이기' 같은 본질과는 거리가 먼 언어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권에서 사법부를 두고 정쟁 수단으로 삼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욱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31기)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임 부장판사 여권 탄핵소추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이 야권에서 편향성으로 공격받고, 두 사람 진실 공방이 여러 언론에 톱기사로 보도됐다"면서 "마치 어느 정치진영을 대표하는 양 묘사되고 있지만 이런 시각들은 모두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재판 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상 가치가 훼손된 측면이 있지만 형사·징계절차와 별도로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충족할 방법은 제가 아는 한 탄핵소추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부 의견은 2018년에도 나왔다. 당시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농단 탄핵촉구 결의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당시 차경환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장(27기) 등은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을 떠나 위헌 여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2019년 2월 정의당은 임성근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포함해 같은 법원 이규진(18기)·이민걸(17기) 부장판사, 권순일 전 대법관(14기), 정다주 울산지방법원 판사(31기) 등 탄핵소추 대상 10명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탄핵소추안은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반대로 발의조차 되지 못했고,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은 재판 업무에 복귀하거나 무사히 퇴임해 변호사로 개업했다. 재판에 넘겨진 법관들은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내부에서 나온 지적처럼 형사법상 재판 개입을 처벌할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제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관련 가토 다쓰야 재판·쌍용차 집회 참석 변호사 재판·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재판 개입과 판결문 수정 등 행위가 드러났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것 자체는 '위헌적 행위'라며 부적절성을 인정하면서도, 적용할 법이 없어 무죄라는 판단이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찬성 179표로 가결되면서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가 탄핵소추 자체를 각하할지, 아니면 심리할지는 '심판 이익' 여부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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