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쭉정이 빠진 VR 시장... '퀘스트2'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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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1-02-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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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R 시장 연평균 44% 성장해 2027년 64조원 규모 예상

  • 성장세 꺾여 삼성·구글 등 이탈... 페북·소니 등이 시장 이끌어

  • 저렴하고 우수한 성능의 VR 하드웨어가 해법, 콘텐츠도 함께 확산

오큘러스 퀘스트2. [사진=페이스북 제공]


기존의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미래 사용자 경험(UX)으로 주목받았으나, 부족한 기술과 콘텐츠로 인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가상현실(VR)이 가격 경쟁력, 차세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6DOF(6방향 자유도) 등의 새 정책과 기술을 앞세우고 재도약에 나선다.

8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VR 시장규모는 지난해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원)에서 2024년 728억 달러(8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도 전 세계 VR 시장 규모를 2019년 31억5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27년 571억5000만 달러(약 6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44.3%의 높은 성장률이다.

그동안 미래 기술로만 꼽히고 실제 시장 형성에는 실패했다고 평가받아온 VR 업계에 어떤 변화가 생겼길래 이렇게 높은 성장 전망치가 나오는 것일까?

이를 두고 VR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VR 경험에 필수인 HMD의 가격이 일반 이용자가 선뜻 구매할 수 있게 저렴해졌고, 이를 토대로 VR 콘텐츠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게임 등에 국한되었던 VR 콘텐츠의 종류도 의료, 교육, 항공·우주, 제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VR란 특수 설계된 헤드셋(VR HMD)을 활용해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가상으로 수정(시뮬레이션)하고, 시뮬레이션된 환경에 시청각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지난해 VR HMD의 전 세계 판매량은 약 550만대이며, 소니, 오큘러스(페이스북), HTC 등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VR는 기존의 TV와 모니터를 대체할 새 사용자 경험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의 원천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스타트업 오큘러스 리프트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삼성전자와 구글도 각각 스마트폰을 토대로 하는 VR 플랫폼 기어VR 시리즈와 데이드림을 잇따라 선보였다. 소니는 비디오게임 플랫폼(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에 연결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VR를 출시했다.

하지만 초기 VR 플랫폼은 100만원 내외의 높은 HMD 가격과 낮은 성능, 부족한 콘텐츠 등의 문제로 인해 초기 흥행을 이어가지 못하고 성장세가 크게 꺾이고 만다. 결국 2019년 구글이 먼저 데이드림에 대한 지원을 포기한 데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도 기어VR 시리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며 시장 철수 수순을 밟았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소니조차 VR 기술을 비디오 게임기에 종속된 서비스로만 여기며 별도의 플랫폼으로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지속해서 VR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시장 반등을 모색했다.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VR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16년 VR HMD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장에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오큘러스 고', 2019년 '오큘러스 리프트S'와 '오큘러스 퀘스트',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등을 순차적으로 내놨다. 뒤로 갈수록 성능은 높아지면서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졌다.

특히 지난 2일 국내에 출시된 퀘스트2는 출시 3일 만에 1만대 이상 판매되며 국내 VR 시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된 퀘스트2는 출시 4개월 동안 누적 100만대 이상 판매되며 VR 확산의 1등 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작보다 무게가 10% 가벼워졌음에도 탑재된 화면과 AP(모바일 프로세서) 성능은 더 강화됐다. 가격도 64GB 기준 41만4000원으로 전작보다 10만원(100달러) 이상 저렴해졌다.

페이스북이 이렇게 저렴하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VR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부품 외에 다른 부분에서 극단적인 원가 절감을 했기 때문이다. VR 시장 선점을 위해 페이스북이 연구·개발 비용은 퀘스트2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거의 원가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는 부품 업계의 분석도 있다. VR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VR 입문용으로 이만한 제품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VR 시장에는 PC 등 외부기기에 연결해야 이용할 수 있는 비단독 HMD와 따로 연결하지 않아도 VR를 경험할 수 있는 단독 HMD가 함께 판매되고 있다. 2019년 시장에 출하된 VR HMD에서 단독 HMD의 판매량은 280만대로 50%가 넘었고, 그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독 HMD가 선 없이도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한 데다가, PC 등 외부기기와 연결을 유·무선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비단독 HMD의 장점마저 흡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올해 비단독 HMD인 리프트S의 생산을 중단하고 더는 비단독 HMD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독 HMD인 퀘스트2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차세대 VR HMD 오큘러스 퀘스트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제공]


콘텐츠면에서도 미국 밸브 사의 세계 최대 PC용 게임 플랫폼 '스팀'이 지난해부터 VR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밸브는 '하프라이프: 알릭스' 등 양질의 VR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VR 콘텐츠만을 위한 별도의 메뉴를 스팀에 신설하는 등 페이스북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페이스북도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비트 세이버', '파퓰레이션 원', '리얼 VR 피싱' 등 200여종의 VR 콘텐츠를 제공하며 VR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을 확대 중이다.

퀘스트2 등 최근 출시된 차세대 VR HMD는 6DOF를 지원해 기존 HMD가 표현하지 못하는 거리와 깊이감을 표현할 수 있어 호평받고 있다. 기존 VR HMD는 이용자가 제 자리에 서서 VR를 경험하는 상황만 지원한다. 만약 이용자가 특정 사물에 가까이 이동하더라도 눈앞에 표현되는 사물과의 거리는 그대로라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6DOF를 지원하는 HMD는 이용자가 사물에 가까이 이동하면 화면에 표시되는 사물과의 거리도 그만큼 좁아진다. 그만큼 더 현실감 있게 몰입할 수 있다.

현재 VR의 가장 큰 용도는 게임이다. 실제와 구별하기 힘든 VR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게이머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스태티스타가 게임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7%가 VR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떠오르리라 예측했다.

또한 VR는 게임을 넘어 의료, 제조,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트업 VR피지오는 가정 내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물리치료 운동을 VR 환경에서 제공하고, 관련 데이터를 의사에게 공유함으로써 이용자가 비대면으로도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탠퍼드 대학병원은 VR를 활용해 의료진에게 응급 사례 교육을 제공했다. 이밖에 VR를 활용해 가상으로 의사들의 수술 훈련을 하고,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의료 VR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VR를 비대면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대면 교육의 단점으로 체험 수업이 어렵고, 학생들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 등이 꼽히는데, 현장감이 높은 VR를 활용해 상당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교육에도 VR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드는 VR를 활용한 안전 교육으로 직원들의 부상률을 기존 대비 70% 낮췄다. 월마트는 블랙프라이데이에 판매할 상품 교육에 VR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미국 전역의 4700여개 매장에서 동시에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전시·컨퍼런스 업계도 VR를 활용해 문제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라발시는 VR HMD와 3D 그래픽을 활용해 오프라인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옮기기도 했다.

VR 업계는 5G가 VR 시장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독 HMD와 5G를 결합해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VR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꾸준히 VR 콘텐츠를 제작하고 VR HMD를 국내에 유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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