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너도나도’식의 부동산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희망고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불도저식 공급 정책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수도권 민심은 곧 부동산으로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다수 후보들은 5년 내에 수십만호의 부동산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각각 내걸었다. ‘공공이냐, 민간이냐’ 등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수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년간 3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분양 형태로 1년간 6만호씩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같은 당 우상호 후보는 공공주택 16만호를 공급하고, 부분 재개발을 허용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야권은 더 많은 수량을 제시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에 74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며,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도 연간 7만호, 10년간 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신환 국민의힘 후보는 정부와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인 용산캠프킴과 태릉골프장, 상암 LH부지, 마곡 SH부지 등에 공공임대 대신 반반아파트 3만호를 짓겠다고 밝혔으며,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는 '부동산 햇볕정책'을 통해 5년간 조은희식 미니뉴타운 35만호, 청년 내집주택 10만호, 컬러풀 재건축 20만호 등 총 6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권에 도전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김포공항 부지에 20만 가구를 수용하는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같은 당 후보인 박영선‧우상호 후보에게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박 의원은 “김포공항 기능은 인천공항으로 이전해 충분히 통합이 가능하다”며 “김포공항 부지는 여의도의 10배인 900만평이므로 20만 가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책이 쏟아지자 전문가들은 현실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후보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향해 '과대포장' 공약에 불과하다며 공격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후보 중 유일하게 주택공급 수량을 언급하지 않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박영선 후보가 제시한 토지임대부 분양은 서울시 소유 땅이나 정부 소유의 땅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형태”라며 “30만호는 송파구 인구 규모 정도로, 국공유지가 있어야 가능한 공약인데 설명도 없이 그냥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는 “지금 서울의 가구 수가 380만 가구인데, 5년 동안 74만 가구의 공급 공약을 내놓은 것은 난센스”라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출마선언만 했다는 뜻”이라고 질타했다.
부동산 전문가인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공급하겠다고 내놓은 규모는 숫자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것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주민 반발, 민간 건설사와의 협조 등 진행과정에서의 여러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때문에 실제 공급량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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