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민식이법 시행을 계기로 운전자보험 가입자를 무리하게 늘리면서, 중복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보험의 경우 중복 보상이 불가능한 만큼, 향후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손보사들이 경미사고에도 쉽게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운전자보험이 보험사기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가입자 중 2건 이상의 운전자보험을 보유한 고객 비중은 작년 3월까지 19.3~20.1%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 4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6월에는 22.7%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보험 중복가입은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작용한다. 중복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의 주요 담보인 벌금,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형사합의금 등),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은 실손 보장 조건으로 2개 이상 가입해도 중복 보상되지 않는다. 동일한 담보(보장항목)에 중복으로 가입하면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 등 손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보험설계사가 운전자보험 가입 현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큰 셈이다.
손보사들의 무리한 영업에 운전자보험이 보험사기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경쟁사보다 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운전자보험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는 지난달 말부터 약 일주일간 프로미라이프 참좋은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 가입금액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일시 상향했다. 이 보험사가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교통사고피해부상치료지원금은 12대 중과실과 뺑소니 부상사고를 보장하는 담보다. 신호위반이나 과속 차량에 치이거나 횡단 중 킥보드 사고로 인한 부상도 보장한다.
이 보험사는 또 판매채널에 ‘중앙선 침범 차량을 피하려 했지만, 살짝 충돌해 14급 부상’을 입어 1000만원을 수령한 보상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보험사기 유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해당 보험사는 가입금액을 500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무리하게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경미사고도 쉽게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를 했다”며 "향후 보험사기가 빈번히 발생하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무리한 마케팅 경쟁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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