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옹호론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다.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현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더욱 다양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려고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며 비트코인 투자 소식을 알렸다.
이어 “향후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며 추가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테슬라의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게 되면 이는 가상자산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첫 제조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 자기 소개란에 ‘#비트코인’을 적고, 지난 1일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트코인의 지지자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가 비트코인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거래,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에 이은 호재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 수준에서 끔찍한 전략”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투자 및 자산관리 센터의 크리스토퍼 슈왈츠 재무 부교수는 “나는 이것(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이 여러 수준에서 끔찍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본질적으로 이것은 테슬라의 공급업체가 비트코인으로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통화) 위험을 생성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트레저 파트너스의 제리 클라인 전무이사 겸 파트너는 마켓워치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구매는 일반적으로 단기 고정 수입 증권과 같은 더 안전하고 변동성이 적은 자산에 보관되는 기업 현금의 비정상적인 사용”이라고 지적했다.
클라인 전무이사는 “테슬라 주주들은 뉴스(비트코인 투자)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테슬라의 미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때 주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최근 몇 달간 급등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에는 매우 변동성이 있었다”며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가 현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이번 투자가 향후 테슬라의 미래를 압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가상화폐 시장에 날개를 달아 준 듯하다. 테슬라의 투자 소식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9% 이상이 뛰는 급등세를 보였고, 일부 거래소는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 불안이 발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거래소 크라켄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후 투자자들의 거래 폭주로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었다. 크라켄 대변인은 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최근 거래량이 이전 사상 최대의 5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테슬라 소식이 전해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9% 이상이 뛴 4만5000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시간 기준 9일 오전 7시 38분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6.19%가 상승한 4만4684.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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