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갈등 시즌2]①"아 석열이형" 박범계, 동기 윤석열 '고립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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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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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검찰인사서 윤석열 요구 묵살

  • 이성윤 유임·심재철 영전성 인사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아주경제 DB]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을 유임한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법무부가 지난 7일 발표하고 9일 시행한 '2021년 상반기 검찰 고위간부 인사' 핵심이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장관으로서 처음 내놓은 인사였다. 4명만 수평 이동하는 소규모 인사였지만 파장은 매우 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요구했던 인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윤석열 총장은 이성윤
지검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요구한 것이다. 대외적으론 '내부 지휘권을 상실해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심재철 현 남부지검장은 대표적인 '친(親)정부·친추미애'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윤 총장을 징계한 핵심 사유인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제보한 당사자로도 지목된다. 윤 총장은 지난해 12월 10일 본인 1차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당시 심 검찰국장을 징계위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심 국장은 스스로 징계위에서 빠지는 회피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은 인사에 앞서 박 장관을 만났을 때 이런 의견을 반복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범계 장관은 이성윤 지검장을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며 윤 총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심 국장을 이동시키기는 했지만 윤 총장 의견과 달리 영전성 인사다. 서울남부지검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많이 다루는 곳이다. 현재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를 비롯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등을 맡고 있다. 박 장관은 패스트트랙 사건 피고인 중 한 명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왼쪽)·한동훈 검사장. [사진=아주경제 DB]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복귀가 무산된 점도 윤 총장에겐 뼈아프다. 한동훈
검사장은 윤 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해 1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발령이 난 한 검사장은 그해 6월 채널A 기자와 유착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으로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올해 2월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극심하게 대립하던 법무부와 검찰이 화해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추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박 장관이 임명돼서다. 박 장관은 윤 총장보다 나이가 3살 적지만 같은 해 사법시험(33회)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23기)도 함께 마쳤다.

박 장관은 지난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도중 징계를 받자 본인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 현실이 너무 슬프다"라고 적기도 했다.

특히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검찰 인사 때는 법률상 규정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장관이 윤 총장과 대립을 시작한 이유가 인사인 걸 의식해서다. 실제 취임 뒤 열흘 동안 세 차례나 윤 총장과 회동했다. 장관 취임식이 열린 이달 1일 상견례에 이어, 2일과 5일엔 검찰 인사 기준·원칙 등을 논의하려고 만났다.

박 장관 취임 전후로 훈풍이 불던 양측 관계는 이번 인사로 다시 냉랭해졌다.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인사가 나온 점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기습 발표로 보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추 장관 시절처럼 윤 총장을 인사 협의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검찰총장 패싱'이 재연됐다는 불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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