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김정은' 질타에 내각간부, 기고문으로 '보신주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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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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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신문 1면에 내각부총리, 화학공업상 등 기고문 보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를 통해 경제계획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법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북한 내각 간부들이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반성의 기고문을 내놨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계획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서자 내각이 책임을 인정하며 '경제 사령부'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을 교체를 단행했다. 또한 김 총비서는 사상적 무장을 의미하는 당성까지 실적으로 검증받도록 주문했다. 새로운 경제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군도 본질적인 기능을 변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경제 계획 추진 현황을 보고 받고 불만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양승호 내각 부총리는 13일 노동신문을 통해 "올해 전투 목표를 당 제8차 대회의 사상과 정신에 입각하여 발전 지향성 있게 세우지 못한 근본 원인은 우리 경제지도 일꾼들이 보신주의·패배주의적 관점을 송두리째 뿌리 빼지 못하고 아직도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 포로가 되어 있는데 있다"고 자인했다.

이어 "이런 사상정신상태로는 나라의 경제사업을 혁신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없다"라며 "당과 인민 앞에 지닌 무거운 책임을 언제가도 다할 수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새겨안았다. 비상하기 각성분발해 새 출발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단위별 계획을 단순히 취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각이 '경제 사령부'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구태의연하고 진부한 모든 것과 결별하고 경제 전반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혁명적으로 해나가겠다"며 "인민경제 모든 부문과 기업체들의 생산물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일적으로 장악하고 생산소비적 연계를 맺어주는 사업을 박력 있게 내밀어 경제 전반이 원활하게, 활기차게 움직이도록 경제사업과 방법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충걸 금속공업상도 "전원회의에 참가해 총비서 동지의 보고를 청취하며 우리 부문의 사업을 자책 속에 돌아보았다"라며 "나라의 중임을 맡은 일꾼으로서 금속공업을 경제발전의 중심고리로 정해준 당의 의도를 깊이 명심하고 실질적인 변혁을 가져오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을 결의한다"라고 다짐했다.

마종선 화학공업상은 "이번 전원회의는 우리에게 나라의 화학공업 발전을 위해 어떤 각오를 가지고 나서야하는지를 뼈에 새기게 해줬다"라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공업의 발전 전망은 전적으로 경제작전과 지휘를 맡은 우리 일꾼들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8∼11일 이례적으로 당대회 한 달 만에 전원회의를 소집해 내각의 경제계획안을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도 임명 한 달 만에 교체했다. 김 총비서는 노동당 경제부장을 임명 한달 만에 경질하고, 외교 담당 간부의 당 지위를 높였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월 5~12일 열린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임명된 김두일 경제부장을 경질하고, 오수용 경제부장으로 교체했다. 오 경제부장은 ‘관록의 경제통’으로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몇년간 당 경제부장을 맡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됐다. 또 이번 회의에선 외무상과 노동당 국제부장의 당 지위가 상승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정)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성남 당 국제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회 올랐다.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를 통해 "어떤 부문의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주관적으로 높여놓고, 어떤 부문들에서는 정비·보강의 미명하에 능히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 세우는 폐단들이 나타났다"며 경제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특히 그는 올해 사업계획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농업 부문에 대해서 김 총비서는 "농사 조건이 불리하고 국가적으로 영농 자재를 원만히 보장하기 어려운 현 상태를 전혀 고려함이 없이 5개년 계획의 첫 해부터 알곡 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이 세워놓아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총비서는 "지금 금속, 화학, 기계공업 부문의 주요 공장, 기업소들과 전국의 지방산업공장들, 농업부문에서는 전기를 조금이라도 더 보장해줄 것을 애타게 요구하고 있으며 탄광, 광산들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현실이 이러함에도 올해 전력 생산계획을 현재의 생산 수준보다 낮게 세웠다"고 비판했다.

또 건설 부문에서 "자재와 노력 보장을 구실로 평양시 살림집 건설계획을 당 대회에서 결정한 목표보다 낮게 세웠다"며 "이것은 경제부문 일꾼(간부)들이 조건과 환경을 걸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흉내나 내려는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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