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뀌었지만...외교부, 미중·북미·한일 현안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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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2-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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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협상 재개, 가장 시급하지만...韓 역할 제한적

  • '北 인권 문제' 고리로 북·미 충돌 가능성 점치기도

  • 韓 외교,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도 홍역 앓을 전망

  • "중국, 대북 밀착으로 미·중 갈등서 우위 점할 것"

외교부 수장이 4년 만에 바뀌며 한국 외교가 새 국면을 맞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잔여임기 기간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는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의중에 달려 한국으로서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북·미 양국이 북한 인권 문제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져 한·미 외교 당국 간 대북(對北) 정책 조율이 시급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양국 외교장관급 대면회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북한 문제가 미·중 전략적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정부, 北 인권 문제 관여 여부 '관심'

14일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인권 중시 기조의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유엔 인권이사회로의 복귀 의사를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오는 22일부터 내달 23일까지 진행되는 제46차 정기 이사회 기간에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북한 인권 결의는 통상적으로 매년 3월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됐다. 이에 따라 이번 이사회 기간에도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직 인사 대다수가 북한 인권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신인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 관여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둘 경우 북한은 미국 정부가 북·미 대화 재개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 반발할 수 있다.

북·미 대화 조기 재개에 힘쓰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양국이 북한 인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상황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인권이사회에서의 발언 수위 및 북한인권결의 참여 방식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간 대면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앞서 양국 장관은 지난 12일 진행한 전화 협의에서 가능한 이른 시일 내 고위급 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北, 미·중 관계 시험 카드 될 것" 전망도

북·미 대화 재개뿐 아니라 미·중 갈등 역시 한국 외교에 계속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미·중 관계를 시험할 카드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북한이 중·미 관계의 다음번 큰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새 행정부는 좀 더 전통적이고 실용적인 외교적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의 협력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중 모두 양국의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 북한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지만, 북한 역시 미·중 갈등을 이용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최근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전략보고서를 인용, 미국의 대북 인식이 '즉각적 위협'에서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정지용(鄭繼永) 푸단대 교수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3~6개월 동안, 중국이 경제력과 코로나19 백신을 활용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지용 교수는 또 북한 역시 미국과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더 밀착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중국이 미·중 갈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대북 정책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미국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하며 한국에 반중(反中) 구도 형성 및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셈이다.

한·미 외교장관은 12일 전화 협의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한·미·일 3국 조율 등을 통한 역내 협력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 또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위안부 재판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진행한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한·일 갈등 해결 노력과 관련해 "(최근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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