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에 실패한 냉동 배아를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부부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중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배아 반환을 허락하면서도 대리모를 통한 대리 출산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중국 최초의 민법전에 근거한 판결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15일 남방도시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민법전 내의 생명권 및 신체권 등과 직결된 판례가 공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13년 결혼한 한 부부는 2016년 광저우의 한 병원과 시험관 시술 계약을 맺었다.
병원 측은 아내에게서 채취한 난자로 배아 2개를 만들어 냉동 보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냉동 배아 이식에 실패한 뒤 아내의 나이가 50세를 넘어 추가 시술이 어려워지자 부부는 병원 측에 배아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병원은 배아를 돌려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윤리적 리스크를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부부는 지난달 4일 광저우 웨슈구 인민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같은 달 20일 냉동 배아를 반환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냉동 배아는 원고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두 사람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며 "인체 배아에 대한 법률적 성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생명 윤리적으로 원고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병원 측은 배아 이식으로 출산을 하는 내용의 의료서비스 계약을 맺었지만 원고의 출산 능력이 사라져 계약 목적을 실현할 수 없게 됐다"며 "이에 원고가 배아를 보관·처리할 민사상 권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를 상대로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해 출산하는 등 윤리 도덕에 어긋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유전자, 배아 등과 관련한 의학·과학 연구 활동에 종사하는 자는 법률과 행정 법규, 국가 규정을 준수하고 인체의 건강을 해치면 안 된다'는 민법전 1009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1007조의 '어떤 형식이든 인체 세포, 조직, 기관, 시신의 매매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최근 중국에서 대리 출산과 유전자 편집 아기 등 생명 윤리에 반하는 이슈들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중국 톱 여배우인 정솽(鄭爽)이 대리 출산을 시도하다가 돌연 낙태를 종용했다는 스캔들까지 터져 비난 여론이 비등한 바 있다.
한편 중국 민법전은 1949년 신중국 수립 후 다섯 차례 시도 만에 지난해 제정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중국 법조인은 "생명·신체·건강은 자연인의 기초적인 인격 요소이며 절대 사물화·상업화 될 수 없다"며 "민법전은 이 같은 생명 윤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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