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얀마] 軍, 총기들고 인터넷 차단…시위대 '국제사회 도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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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2-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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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 군부 15~16일 새벽 이틀연속 인터넷 차단

  • '고무탄·곤봉'에 떠는 시위대…현지 대사관서 찾아

  • 수치 고문·민 대통령 법원 화상 심문 앞 대립 격화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16일(현지시간) 시위대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한국·미국·일본ㆍ중국ㆍ러시아 등 미얀마 주재 대사관 앞에서 한국어를 비롯해 8개 국어로 쓰인 팻말 등을 들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현지 언론은 대사관 앞 시위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무력 시위 진압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사진=EPA·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와 쿠데타 항의 시위대 간 대립이 16일(이하 현지시간)에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의 화상 법정심문을 앞두고 시민들의 평화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반면 미얀마 군경은 새벽 인터넷 차단, 군 병력 활용 등으로 항의 시위 전면 차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위대는 법원이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을 연장한 것에 분노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군정은 시위 확산을 막고자 인터넷을 차단하고 군 병력을 양곤 등 주요 도시로 이동시키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시위대는 미얀마 내 각국 대사관을 찾아다니며 국제사회의 도움과 지지를 호소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대학생 지도자인 민꼬나잉(Min Ko Naing)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무원들이 대사관과 관공서 밖에서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무원들은 이번 주 어떠한 도전도 견뎌내야 한다”고 적었다.

미얀마 법원은 군부에 의해 구금된 수치 고문은 앞서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구금 기간을 기존 15일에서 17일로 이틀 연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치 고문의 변호인 킨 마웅 조는 전날 네피도의 법원에서 판사와의 면담 후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이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화상으로 법정 심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나우 등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매일같이 양곤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찾아 수치 고문 석방 촉구 문구를 들며 시위를 벌였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미군이 필요하다’는 영문 피켓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복 군인이 민가를 향해 발포했다고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모습[사진=보이스오브미얀마·연합뉴스]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격해지자 군부의 대응도 한층 심화됐다.

미국 CNBC는 AP통신을 인용해 미얀마 경찰이 반(反) 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곤봉 세례를 퍼부었다고 전했다. 해당 장면을 목격한 한 사진작가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의 시위대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미얀마경제은행 앞에 집결했고, 최소 10대의 트럭에 탄 경찰과 군인이 현장에 도착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CNBC는 “군인과 경찰은 곤봉으로 시위대를 공격했고, 총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들리면서 경찰이 허공에 총기를 겨냥한 모습이 포착됐다”며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이 발사한 고무탄에 시위대 여러 명이 다쳤다. 일부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수도 네피도 경찰서밖에 모인 시위대는 최근 경찰이 가둔 고등학교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위대는 “경찰이 13~16세로 보이는 학생 20~40명을 체포했다”면서 “이들은 경찰이 체포하기 전까지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 SNS에서 ‘만달레이(#Mandalay)’,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IsHappeningInMyanmar)’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미얀마군과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등장한다.

검색된 사진과 동영상에는 트럭에 탄 군인과 경찰이 차량에서 내리기도 전에 시위대를 향해 새총을 쏘고, 군복 또는 방탄복을 안에 입고 운동복을 걸친 ‘사복 군인’이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총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시위대가 숨은 건물로 따라 들어가 발포하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줬다.

미얀마군과 경찰의 만행이 담긴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고 미얀마 내 유혈사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유엔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특히 유엔은 군의 인터넷 차단이 ‘핵심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항의했다. 미얀마 군정은 최근 시민들의 반 쿠데타 항의 시위 움직임이 SNS를 중심으로 활발해지자 미얀마 전역의 인터넷을 차단하는 선택을 택했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는 미얀마의 인터넷이 이틀 밤 연속 거의 전면 차단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얀마 군정은 15일 오전 1시부터 9시까지 8시간 동안 인터넷을 차단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1시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다.

크리스틴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소에 윈 미얀마 육군 부사령관에게 “네트워크 차단은 핵심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면서 “인터넷 차단은 은행업무 등 주요 분야의 업무를 방해하고 국내 긴장 상황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얀마 군과 경찰이 쏜 고무탄·새총에 맞아 피 흘리는 미얀마 시민들.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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