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해외 주식 투자로 `대박’ 수익을 얻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3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매도세로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연기금들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 및 국내 주식 비중 축소에 따른 현상으로 앞으로도 당분간은 연기금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투자로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약 6년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주식으로 8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매수 단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수익률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6년 말 기준으로 테슬라 주식을 1824억원어치 보유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말 기준으로는 평가액이 3795억원 정도다. 지분율은 0.42%다. 이 지분율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됐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의 현재 평가가치는 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들은 몇년 전부터 해외 주식을 비롯해 전반적인 해외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국내 금융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이 굴리는 운용자산 규모가 커진 데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연기금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와는 반대로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연일 주식을 내다 팔면서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는다는 원망을 듣고 있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국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이달 15일까지 33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5조원을 넘는다.
연기금들이 이처럼 국내 주식을 `차별 대우’하는 데에는 중장기적 자산 운용 플랜상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투자분의 평가액이 상승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움직임이라는 배경이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로 16.8%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0.6%포인트 낮은 수치다. 2025년까지는 이 비중이 15%로 낮아진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연기금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는 국민연금의 금융부문에서 19.6%를 차지했다. 12월 코스피200 수익률 12.5%를 감안하면 지난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인 17.3%를 초과했을 것”이라면서 연기금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올해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의 원망과 달리 이 같은 연기금들의 움직임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기금들이 이미 목표 비중을 넘어서거나 턱밑까지 차오른 국내 주식 비중을 이때 줄여 놓아야만 향후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경우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비중을 줄여 놓지 않으면 향후 연금 가입자들에게 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해야 할 때 국내 증시가 받을 충격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홍재근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큰 틀은 바뀌기 어렵다. 국민연금 같은 경우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결국은 전체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지금 줄여 놓지 않으면 몇 십년 뒤에 기금에서 연금 보험료 지출이 많아질 때 국내 증시가 더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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