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쿠팡 본사. [연합뉴스]
'미국행'을 택한 쿠팡이 최대 5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증권가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미국 증시의 풍부한 자금력 때문에 가능한 액수라는 의견과 함께 쿠팡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규모라는 평가가 동시에 제기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일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식의 수량 및 공모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쿠팡의 가치를 300억~500억 달러(약 33조~55조원)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와 비교하면 삼성SDI(55조원)에 이은 7위, 주요 IT기업에 국한하면 네이버(65조원)에 이은 2위 수준이다.
쿠팡의 가치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불신의 시선도 있다. 성장세를 고려하더라도 쿠팡이 주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기준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반면, 쿠팡은 국내에 사업 영역이 국한되어 있다. 상장 당시 규모도 다르다. 과거 168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증시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새로 썼던 알리바바의 경우, 상장 직전 해의 거래액이 약 28조원에 달했다.
다만 쿠팡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현재 제기되는 전망치가 충분히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2020년 매출 성장률 91%를 기록했는데 이는 아마존(38%), 이베이(19%)를 크게 추월한 것"이라며 "로켓프레시, 쿠팡이츠 등 서비스 확장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높은 고객 충성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 등도 강점이다. 이 연구원은 "쿠팡 고객의 구매 금액은 가입 연차에 비례해 상승하고 있으며 이들은 구매 빈도가 4배나 높다"며 "중장기적으로는 OTT, AI, IT까지 아우르는 토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상장을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커머스 부문 가치가 재평가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 부문이 각각 13조5000억원, 7조6000억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의 향후 시총을 33조2000억~55조4000억원으로 가정한 뒤 연간 거래액과 미국 증시에 대비한 할인율을 적용해 산출한 평균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 주가도 각각 11%, 10% 상향 조정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