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틀어진 접종 계획…"연내 집단면역 가능할까?"

  •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37만7000명 투여, 1분기서 2분기로 고스란히 연기

  • 당초 계획이 흐트러짐 없이 시행돼야 가능한 플랜…"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전체 백신 접종 일정의 혼선이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해 11월 목표로 한 전 국민 70% 수준의 집단면역 형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우선 접종 대상이었던 고위험군 대상 접종 계획부터 문제가 발생한 탓이다.

16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통해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되,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접종 일정은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자는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64만9000명 중 만 65세 미만 27만2000명이다. 나머지 만 65세 이상 대상자 약 37만7000명의 투여 시기는 당초 예정이던 올해 1분기가 아닌 2분기로 연기될 전망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임상적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충분한 빅데이터가 쌓인 후 다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한편으론 무리한 '선 계획, 후 검토'에 따른 예견된 일정 변경이 아니냐는 비판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37만7000명의 투여가 고스란히 2분기로 밀리면서, 이에 따른 2분기 접종 일정의 과부하도 우려된다. 예측하지 못한 고령층의 접종 연기가 올 한해 백신 접종 일정에 전반적인 부담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집단면역 형성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3월 접종 계획을 일부 조정한 것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접종 순서가 일부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에,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근거를 확보하고 접종이 이뤄질 수 있게끔 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지적하는 연내 집단면역 형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당초 제시한 계획이 흐트러짐 없이 진행될 때 11월 내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다"며 "주말을 빼고 하루 약 40만명이 지속적으로 접종에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의사 및 간호사 등을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전략도 완벽히 짜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향후 코로나19 '4차 유행', '5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강력한 변수다. 특히 예상치 못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진다면, 정부가 일정대로 접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변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로 갈수록 접종 인원이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점도 연내 집단면역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발표는 결정을 내렸다기 보다 문제를 피해 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판단은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케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릴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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