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100년전과 똑닮은 팬데믹, 이번에도 혁신의 신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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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21-0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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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앞이 보이지 않으면 역사책을 펴보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박쥐의 날갯짓이 인도양을 건너자 강풍으로 변했고, 대서양을 건너자 태풍으로 돌변했다. 12년 전 세계는 미국금융이 불지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화염에 휩싸였고, 겨우 상처가 아물 만하니 이번에는 금융이 아닌 균(菌)이 사고를 쳤다.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 기술을 가진 미국이 코로나19의 세계 최대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고 매일 10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있다.

진정 천하대란의 시대다. 내가 누구를 감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지, 누가 나를 감염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지를 도대체 알 수 없는, 천하에 있는 모든 사람이 서로의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이동이 제한되면서 모든 것이 멈춤 상태다. 대공황 이래 거의 1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고용과 경제상황이다.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했고 어떻게 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앞이 보이지 않으면 역사책을 펴보라고 한다. 10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묘하게도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1914~1918년 1차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1918~1920년 무시무시한 스페인독감에 감염되었다.

2019년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지금까지 1억900만명의 감염자와 242만명의 사망자를 냈지만 1918년 스페인 독감에 비하면 게임이 안 된다. 1918~1919년 사이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한 인구 수는 5000만명이 넘었다.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인구 1759만명 가운데 약 16.3%인 288만명의 스페인독감에 걸렸고 이 중 14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확산시기에 지금처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의 전차 탑승을 거부하는 기록 사진도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독감의 영향으로 1920~1921년에 세계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으로 대불황(the depression of 1920~1921)의 늪에 빠졌다. 100년이 지난 지금 2020년의 세계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불황에 빠졌다.

그러나 버블은 혁신에 좋다

1920년대 세계는 대불황에 빠졌고, 사람들은 히스테릭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회문제가 심각해지자 유대인, 흑인, 소수자를 골라서 테러하는 KKK가 등장하는 인종차별이 발생했다. 사회의 불안정성이 이상한 법까지 마구 만들어내는 현상도 나타났다. 1919년 미국에서는 갑자기 금주법을 제정하고 강제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덕분에 알코올 소비가 60~70%나 줄어들고 주류사업이 엄청난 이권사업이 되자 알카포네 같은 갱단이 등장했다

금융에서도 1920년 당시 경찰이었던 찰스 폰지가 만든 유명한 폰지 사기(Ponzi scheme)가 등장한다. 대량실업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 사이에는 재즈가 유행했다. 히스테리에 휩싸인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뉴맨(new man)과 뉴우먼(new women) 같은, 지금으로 치면 신인류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대불황과 광란의 시대에 등장한 신기술이다. 바로 가전과 자동차 기술이다. 대불황 이후 1922년부터 미국은 다시 대호황을 맞고 거대한 버블을 탄생시킨다. 소위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를 맞는다.

1919년 그 난리통에 미국은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새로운 변혁을 맞았다. 여성의 해방이 여성의 사회활동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전기 세탁기, 전기 다리미 같은 신기술 가전제품의 등장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면서 1922년부터 사회 전체에 활력이 생긴다.

1903년 만들어진 포드자동차가 1913년 모델T를 출시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획기적인 자동차 생산의 계기를 마련했고 노동자도 차를 살 수 있는 저가 차량을 만들었다. 1919년 창업자 핸리 포드의 아들 에셀 포드(Edsel Ford)가 새 사장으로 오면서 자동차의 신기능 추가와 고급사양의 자동차를 출시, 미국은 본격적인 자동차 대중소비 시대를 맞았고 자동차가 만들어낸 물류 유통혁명이 미국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욕구와 본능은 2천년간 변한 게 없다. 100년 전 세계를 돌아보면 균(菌)이 만든 사회불안이 인종차별, 무분별한 포퓰리즘적 입법, 사기꾼들의 등장, 젊은이들의 신사고와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2021년 지금의 세계와 너무나도 유사한 점이 많다.

난세는 영웅을 만들고, 불황은 거상을 만든다. 대불황과 이어지는 과도한 경기부양은 거대한 버블을 만들지만, 버블은 혁신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신기술을 창조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인류가 마주친 전염병과 불황은 일정기간 버블을 피할 수 없게 만들지만, 버블은 좀더 길게 보면 신기술과 혁신의 좋은 기회를 만든다.

100년 만에 다시 자동차다?

세계의 패권이 어디로 가는지는 황금에게 물어보고,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는 돈에게 물어보면 된다. 1800년대 세계의 황금은 중국에 몰렸고, 1900년대는 영국으로, 2000년대는 미국에 몰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유망 신산업은 무엇일까?

돈에게 물어보면 다시 100년 만에 자동차다. 연간 겨우 5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의 시가총액을 넘어섰고,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세계 1위의 부자 반열에 올랐다. 테슬라로 상징되는 전기차, 정확히는 '바퀴 달린 전화기' 스스로 알아서 운전해 가는 로봇 자동차, 한발 더 나아가면 '알아서 날아다니는 택시'가 자동차의 미래, 아니 2020년대 새로운 호황을 이끌 신기술의 미래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민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ion)이 중요했지만,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세상은 국민총데이터생산(Gross Data Production)이 중요하다. 자동차가 아닌 '바퀴 달린 전화기', 스마트시티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휴대폰의 2800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력이고 힘이고 돈이다.

전기차에서는 뒤졌지만 다행히 배터리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 여기서만 머물면 영원한 전기차 하청기업으로 전락한다. 기업 간 이해다툼이 아닌 국가차원의 전략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에 올인해야 이 치열한 2020년대의 신기술 전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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