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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코스피가 3200선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덩달아 급증했던 거래 대금이 이달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 국면에서 조정 국면으로 전환한 뒤 등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기에 코스피 횡보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코스피 상승 동력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거래 대금이 줄었지만 지난해 상승 국면 당시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스피 거래 대금은 17조1713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 대금은 15일(16조9442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6거래일 연속 20조원을 하회했다. 지난 5일 19조7898억원으로 전날 대비 4.16% 감소한 코스피 거래 대금은 8일 19조3122억원, 9일 18조3893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10일에는 18조2227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코스피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오름세를 지속해 장 중 3266.2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11일 거래 대금이 하루에만 44조4338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수록 거래 대금도 늘어나는 만큼 최근 줄어든 코스피 거래 대금에 대해 상승 동력이 둔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거래 대금이 지난달보다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상승 시기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상승 동력이 둔화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2885억원으로 지난달(26조4778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12월(18조1990억원), 11월(15조2493억원)보다는 높다. 코스피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V자' 반등에 성공한 지난해 3월 일평균 거래 대금인 10조967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 지수의 거래량이 점차 줄고 있지만 지난해 8~10월 조정국면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11~12월 상승 추세를 형성했던 시점의 저점대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향후 코스피 방향성은 거래 대금이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10월 코스피가 2450대 고점을 형성하기까지 거래 대금은 20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이후 거래 대금이 10조원 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과정에서 코스피도 조정을 거쳤다.
이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거래 대금은 팽팽한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것 같지만 소폭 매도 압력이 우위에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난해 11월 초 60일 평균을 넘어서는 거래 대금 증가세를 수반한 반등으로 코스피 추세 반전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도 거래 대금 레벨업을 수반한 상승 또는 하락 여부에 따라 단기 추세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ETF) 올해 일평균 거래 대금 규모가 3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일평균 국내 증시 거래 대금 규모는 47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지난 15일 기준 35조7000억원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구 연구원은 "이달 들어서는 다소 조정세를 보이면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평균인 26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호황 국면을 보이고 있다"며 "1998년 일평균 1조5000억원에서 다음해 7조1000억원으로 급등한 이후 2000년 5조원, 2001년 3조9000억원으로 감소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코스피가 2년간 고점 대비 2분의1로 급락하면서 나온 현상이기 때문에 지금과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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