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이동통신사의 주식을 49%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했던 규제가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규제 완화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 기업가치 상승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통3사 중 KT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최근 정부는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국내 통신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49%를 초과해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외국정부나 외국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일 정부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후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 법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영국 등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곳 이외 국가 정부나 외국인은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주식의 49%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49% 이상 지분 보유가 가능한 대상 국가를 일본과 멕시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전체까지 확대한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제한은 외국 자본이 경영권을 확보해 도로나 수도처럼 공공성이 강한 통신 서비스를 좌지우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민영화 전까지 KT의 주식은 외국인 보유가 금지됐었으나, 이후 타 이통사와 같은 수준인 49%까지 보유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통신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자본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국내 통신 사업자들도 어느 정도 체격을 갖춘 만큼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증권가는 법안이 통과되면 이통3사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통3사가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인 데다, ICT 기술을 기반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기업가치 증대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현재 이통3사 주식 중 외국인 지분율을 살펴보면 △SK텔레콤 35% △KT 43% △LG유플러스 30.3% 수준으로 KT가 가장 높다. 안재민 NH증권 연구원은 "법안 통과 시 외국인 보유가능 한도가 가장 적게 남아있는 KT에게 가장 긍정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가 더 많이 들어오면 국내 시장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외국인과 외국 기관은 장기 배당이 가능한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보유 한도가 늘어나면 경영 안정성과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이동통신사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계 투자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 국내 통신시장에 투기자본이 밀려 들어올 가능성은 작다. 49% 이상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에 소속돼 있더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익성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공공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없다는 점이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익성 심사위원회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현재 26개 국가에서 9개 국가가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당장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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