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는 (정부가 발표한) 청사 일대 주택공급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기존계획을 강행하면 과천시는 행정절차에 일절 협조하지 않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입니다."
정부가 신규택지 3만3000가구를 예고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알짜 부지'로 꼽히는 정부과천청사를 비롯해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부지 등 도심 유휴부지 대부분이 지자체 반대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17일 과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7일 국토부가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부지 대신 시가 보유한 자족용지 등 시내 가용 부지를 공급용지로 이용하는 대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과천지구 용적률 상향과 자족용지를 활용해 2000가구를, 도시기본계획상 시가화 예정지로 검토하고 있는 지역에 2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과천청사 부지에 공급을 계획한 4000가구를 대체할 수 있는 물량이다.
시는 지난해 8월 정부 발표 이후 성명 발표와 천막집무실 설치, 당과 정부부처에 의견 제시 등 정부계획에 대한 전면 철회 요구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지자체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도심 유휴부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태릉골프장 개발을 통해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고밀도 아파트를 또 건설하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라고 반발했다.
이미 교통체증, 주차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인프라 구축 없이 대규모 공급을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제한구역인 태릉골프장의 주택 개발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부지 2000가구와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3500가구 등 마포구 6200가구 공급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중재 하에 LH가 송현동 땅을 사들인 뒤 다시 서울시 땅인 면허시험장과 바꾼다는 구상을 구체화해 왔다. 그러나 마포구와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LH가 서울시에 "교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통보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국토부가 내놓은 서울 핵심지역 유휴부지 가운데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는 곳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4 대책 신규부지는 대부분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협의가 진척되고 있어 연내 지구 지정, 사업 승인 등 인허가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신규 공공택지 사업은 대부분 개발구상을 수립 중이며,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도 지속 진행 중"이라며 "즉시 사업 착수가 가능한 택지는 이르면 내년부터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