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기업의 비계열사 인수합병 건수가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다른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다만, 전체 기업결합 금액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방송·유통 등 서비스 분야의 기업결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기업결합 동향'을 보면, 지난해 기업결합은 865건으로 전년 대비 12.9% 늘었지만 금액은 210조2000억원으로 53.1% 급감했다.
금액은 2014년(210조3000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기업결합 금액은 2016년(593조600억원·646건) 이래 4년 연속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결합 건수는 증가했다. 2016년과 비교해 기업결합 금액이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모습이다.
전체 건수 증가를 견인한 것은 비계열사 간 결합이다. 비계열사간 기업결합은 684건으로 전체의 79.1%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비계열사간 기업결합은 107건(18.5%) 증가한 반면, 계열사간 기업결합은 8건(4.2%) 감소했다.
이숭규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노력했다"며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보다는 ICT·방송·유통 등 서비스업 분야의 기업결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서비스업종의 규모화·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결합 주체별로 보면, 국내기업이 국내기업 또는 외국기업을 인수한 건수는 732건, 금액은 36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4%, 20.3% 증가했다. 반면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30조원 이상 대규모 인수·합병 사례가 없어 건수(133건)와 금액(174조1000억원) 모두 20.8%, 58.4%씩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역시 전체 기업 결합이 둔화한 가운데 비계열사간 결합이 두드러졌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213건, 금액은 11조8000억원으로 각각 28.3%, 8.5% 줄었다.
이 중 비계열사 기업결합 건수는 45건으로 전년 대비 46.4%나 증가했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결합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21.3% 늘었다.
대기업 계열사간 결합의 경우 71건으로 1년 사이 2건 증가하는 데 그쳤고, 금액은 1조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줄었다.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간 결합은 2018년(111건·18조7000억원)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이 과장은 "2017년 개정법 시행 등에 따라 2018년에 소유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지주회사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을 위해 그룹 내 기업결합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피취득회사 영위 업종 기준으로 제조업이 30.1%, 서비스업이 69.9%를 차지했다.
제조업의 경우 전반적으로 기업결합 건수가 수년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제조업 중에서 비금속광물(8→20건)은 증가했지만, 기계·금속(95→80건), 석유화학·의약(66→60건), 전기·전자(61→54건)는 줄었다.
반면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정보통신·방송(45→73건), 도소매·유통(48→68건), 운수·물류(26→49건) 등 전반적으로 기업결합이 증가했다. 기업들이 방송·통신융합이나 온라인유통의 급속한 성장 등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 영향이다.
이 과장은 "방송·통신 분야의 경우 콘텐츠 산업투자, 방송·통신융합 등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도소매·유통분야는 2019년 대비 급증했는데 온라인 유통의 급속한 성장 등 유통시장의 구조변화와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 대응 노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결합 방식은 주식취득(31.7%)이 가장 많았다. 이어 회사설립(29.0%), 합병(16.6%), 임원겸임(11.6%), 영업양수(11.1%)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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