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전기차 확산에 카센터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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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2-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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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테슬라' 돌풍... 자동차 정비업계는 울상

  • 구동계 부품 70% 줄어 "자동차 정비사 97%, 전기차 정비 자격 없어"

  • 정비업계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 필요... 가장 절실한 것은 '교육'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흥행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자동차 정비사들의 얘기다. 탈(脫)내연기관차인 전기차로 인해 자동차 부품 중에 사라지는 것만 1만1000개에 달하고 모터·배터리가 엔진·변속기를 대체할 것이 유력시됨에 따라, 기존 자동차 정비업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8년 경력의 한 자동차 정비사는 "2년간 전기차를 타며 들어간 유지·보수 비용이 고작 12만원에 불과하다. 전기차가 자리 잡으면 정비업계는 손 놓게 생겼다"고 말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비업계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차량 유지·보수에 관련한 작업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엔진오일과 필터 교환은 카센터의 매출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매출원이다. 또 타이밍 벨트·변속기 오일 교체 등에서 나오는 수익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기차는 구동계 부품이 크게 줄어듬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 유지·보수를 위해 챙겨야 할 부품은 고작 '타이어'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가 '정비가 필요 없는 차량'을 표방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 테슬라 운전자는 "5만 마일(약 8만㎞)을 타면서 교체한 건 워셔액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전기차가 아예 고장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테슬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기차는 철저한 모듈화로 모터·배터리 파트가 고장 날 경우 이를 수리하지 않고 교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제조사에서 직접 교체하는 만큼 정비업계가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전기차의 비중이 커질수록 정비업계에는 찬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교통자문위원회(NPM)는 전기차 보급으로 인해 오는 2030년 자동차 산업 관련 80만개 일자리 중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NPM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 특성을 언급하며 그만큼 정비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부품이 적은 전기차는 오일 교환도 필요 없고, 고장률이 낮은 만큼 정비 필요성이 적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원격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미국 자동차 정비 산업에 종사하는 약 75만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맞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경고했다. 정비업계가 전기차 전환기에 길 잃은 미아가 됐다는 설명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 연구소(IMI)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사의 97%는 전기차를 정비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는 300볼트(V) 이상 고전압 배터리를 주동력원으로 하는 만큼 기존 자동차와는 다른 정비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정비업계 "중장기적 구조조정 불가피···정부 지원 필요"

작년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12만8258대에 달하며, 그 비중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정비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12월 '제4차 자동차서비스산업위원회'에서 "전기차 등장에 따른 전장부품(자동차에 쓰이는 전기 장치) 증가와 현재 정비업계의 경쟁 포화상태를 고려할 때 자동차 정비서비스업은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활한 인력 재교육을 위해 정부와 완성차 업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전장화 관련 신규 장비 도입을 통해 급격한 산업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경 중기중앙회 자동차서비스산업위원장도 "최근 정부가 대기 배출시설 관련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탈내연기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직 정비사 A씨는 유튜브 채널인 카테크에 출연해 "전기자동차는 브레이크 패드도 잘 닳지 않아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명이 10배 이상 길다. 1년에 한 번씩 유지·보수를 위해 들어오던 차가 10년에 한 번씩 들어오게 된다. (카센터로선) 답이 없는 상황이다"이고 말했다.

다른 정비사 B씨는 "대학과 연계하지 않고서는 정비사가 전기차 정비 교육을 따로 받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차를 발매하면 전국순회교육을 했지만, 전기차의 경우 국내에 판매 중인 몇 개의 차종만 정비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차량은 따로 교육을 받을 방법이 없다. (관련 교육을) 정비 단체에 전적으로 기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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