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3국의 북핵수석대표가 협의를 진행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동맹 중시 기조의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북핵·북한 문제 관련 3국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 바이든 정부가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오전 북핵·북한 문제 관련 한·미·일 3자 화상협의를 가졌다.
한·미·일 3국 대표는 이번 협의를 통해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해 3국 간 긴밀히 협력·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도 3국 북핵수석대표의 화상협의 사실을 알리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 관계, 특히 동북아의 핵심 동맹인 일본, 한국과 관계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노력의 일환으로, 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對北)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배경에서 3국의 대표가 북한 관련 공동의 과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첫 3자 모임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협의에서 김 차관보 대행이 한·일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에게 동북아와 좀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계속된 파트너십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미국의 계속되는 대북 정책 검토에 관해 논의하고 긴밀한 협력과 조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3각 공조 회복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한·일 갈등 중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일 갈등과 관련 "양국 간에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중재 역할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랐다.
미 국무부 역시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 "양국 사이 긴장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협력을 심화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2일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가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한 후 지난 12일부터 본격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면담하며 눈길을 끈다.
강 대사는 이날도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와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국민민주당 대표를 각각 면담했다. 이어 '고노 담화'로 국내에 잘 알려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4) 전 중의원 의장도 예방했다.
고노 전 의장은 관방장관을 지내던 1993년 8월 담화를 내고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인정·사죄한 바 있다.
강 대사는 이들 일본 정계 인사와의 면담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및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며 한·일 관계 정상화 및 양국 국민의 우호 증진 노력을 일본 정계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전날 오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도 면담했다. 양측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강 대사의 면담 요청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共同)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강 대사는 이와 관련해 일본어로 "서로 (시간이) 잡히면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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