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방침이 실시된 첫 주말, 전국 곳곳이 많은 인파로 붐빈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답답함을 호소했던 사람들이 정부의 규제 완화로 모처럼 설 연휴 때 보지 못했던 가족을 보러 가거나 교외로 나들이를 나간 탓이다.
다만 의료계는 이번 주말이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다시금 확산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자칫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인파 증가가 집단감염의 새로운 도화선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21일 전국 유명 관광지에는 모처럼 바깥 활동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21일에는 낮 기온이 영상 23도 안팎까지 오를 정도로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진 점도 한몫했다.
직장인 유모씨(46)는 "지난 설에 5인 집합 금지 조치로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최근 정부 규제가 완화돼 이번 주말 고향에 다녀오게 됐다"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지난 20일 하행선 표를 예약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정모씨(22·여)는 "그간 못했던 쇼핑도 하고, 바람도 쐴 겸 수도권 소재 스트리트형 아웃렛에 다녀왔다"며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기분은 좋다. 다만 매장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수시로 바르면서 이동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도심 공원을 비롯해 유명 산, 바다, 강 등 전국 관광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른 봄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주말을 즐겼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15일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가뜩이나 오랜 시간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정부의 조치가 대규모 인파 외출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따뜻한 날씨에 외출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니겠느냐"며 "특히 보복소비심리가 발동해 겨우내 하지 못했던 쇼핑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여파가 지속 중이라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최근 1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343명→457명→621명→621명→561명→448명→416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495명인 셈이다.
이 중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는 지역발생 확진자는 21일 기준 일평균 467명으로, 전날 기준 455명 대비 12명이 증가했다.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가 지난 17일(406명) 거리두기 2.5단계 범위(전국 400∼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에 다시 진입한 이후 5일 연속 2.5단계 범위에 머무르고 있어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이번 설 연휴 이후 명절 모임으로 인한 감염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연휴 동안 고향 또는 타 지역을 방문했거나 친척·지인과 만났던 분들, '3밀(밀집·밀폐·밀접)' 환경에 노출된 분들께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생활해달라"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대학교수는 "국민들이 오랜 시간 방역 조치에 지쳐 외출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기로에 놓여 있는 시점"이라며 "외출 시 국민들이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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