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법무법인(로펌)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빗나갔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포함한 국내 로펌들은 되레 실적이 향상됐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이 매출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김앤장은 꿈쩍하지 않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1조1000억원가량 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2018년부터 3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신규 IPO 자문 건수가 16건에 이른다. 공모금액 기준 3조4000억원 규모로, 전체 공모시장(약 5조8000억원)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광장은 SK건설·EMC홀딩스, 한앤컴퍼니·대한항공 기내식 사업 등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이름값을 했다. LG화학 배터리사업 분사와 같은 구조조정 업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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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은 모빌리티와 정보통신기술(ICT),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사건에서 두드러졌다. 세종은 이동통신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등을 대리했다.
화우는 주로 금융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금융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각종 자문과 규제 쟁송을 담당했다. 이런 활약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원대 매출을 달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소속 변호사 1인당 매출이 소폭이지만 2019년보다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허법인과 해외법인 매출액을 포함한 지난해 국내 6대 로펌 소속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은 약 8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8억6000만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로펌별로는 △김앤장 12억9000만원 △태평양 7억7000만원 △율촌 7억5000만원 △화우 7억원 △광장 6억3000만원 △세종 5억3000만원 등이다.
국내 로펌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법률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The American Lawyer)가 발표한 '2020년 세계 200대 로펌'에 따르면, 김앤장은 60위를 기록해 전년보다 순위가 7계단 하락했다.
태평양이 2계단 상승한 161위, 광장은 2019년과 동일한 166위를 각각 기록했으나 100위권 내 진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100대 로펌은 총 매출 기준 전년보다 4.7% 성장세를 보였다.
한 로펌 관계자는 "법률서비스 산업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국내에 국한되면 더욱더 그렇다"며 "(국내 로펌들이) 해외로 뻗어 나가 고객을 늘리는 등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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