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멘트업계가 탄소제로 경영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제언했다.
기존의 수익구조와 환경 규제로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실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현준 한국시멘트협회 회장(쌍용양회 대표)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서 기자와 만나 “환경규제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시멘트업계는 그간 화석연료인 유연탄 비중을 줄여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업계의 탄소 배출량(2019년 기준)은 연간 390만t으로 산업계 총 발생량의 11% 수준이다. 하지만 전세계적 환경오염의 대명사인 폐플라스틱을 가연성 연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에 집중하면서 시멘트업계가 친환경 미래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또 환경 문제의 개선을 위해서 규제를 선진국 수준에 맞춰줄 것을 당부했다. 시멘트 원료 공정에서는 석회석이나 점토 등을 대신해 석탄재, 폐주물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소성 공정에서 이용되는 연료인 유연탄은 폐타이어와, 폐합성수지, 재생유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주요 선진국의 시멘트업계는 각국 정부 지원을 받아 이 같은 친환경적 생산구조로 전환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규제와 비용 등의 문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가연성폐기물 활용률이 23% 수준으로 유럽연합(EU) 평균(46%)에 크게 못 미친다.
이 회장은 “가연성폐기물의 활용을 늘리고, 유연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배출 기준 등이 국제 기준보다 엄격하고 시설을 갖추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활용에 제한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역자원시설세(연간 약 500억원대) 추진 등 불필요한 비용의 확대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환경 시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향후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기존의 수익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럽수준(36%)의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국내 시멘트업계가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제품 가격은 떨어지고 탄소배출권 가격은 늘어나는 등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국내 시멘트 내수(판매) 연간 실적은 2016년 5580만t에서 2020년 4600만t(잠정)으로 18%나 급감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4460만t에 근접한 숫자다. 반면에 국내 시멘트 단가는 10년 넘게 1t당 7만원보다 낮은 수준에 그치며, 중국, 베트남 등과 비슷하다.
이 회장은 “수익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지역자원시설세 등으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자율적, 자발적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 등도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 지원이 선행돼야 시멘트업계의 탄소제로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개선 및 지원책 마련 △탄소중립화 설비 투자에 대한 기업 인센티브 확대 △환경부담금 증가 억제 △세제 지원과 시멘트 가격 현실화 등을 통해서다.
김태선 나무이엔알 대표는 "선진국도 대체로 국가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는 차원에서 녹색채권, 탄소채권을 발행한다"며 "국고채에서 일부분을 떼어 녹색채권을 만들면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장기적 로드맵과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할 문제"라며 “정부는 세제지원, 금융지원을 통해 비용을 줄여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들이 원활하게 기술개발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민 한국세라믹기술원 팀장은 "산학연은 원료·연료전환, 공정효율 개선, CCUS(이산화탄소 포집·이용·저장 기술) 등 개발을 통한 저감노력을 해야하며, 정부는 순환자원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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