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잡힌 9개 대기업 CEO, 국회 환노위 호출 명령에 ‘당혹’

여야 환노위 위원들, 포스코 질타 한목소리 "대국민 생쇼", "말이 안나온다"

22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9개 대기업 CEO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 출석한 9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결국 뭇매를 맞았다. 여야가 산업재해 사고의 중심에 선 기업을 향해 ‘안전보건 강화’와 ‘추가 시설 투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발동’ 등을 예고하면서 재계의 경영은 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우무현 GS건설 대표와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9명의 CEO를 대상으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과거 2년 동안 산재 사고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 참석했는데, 특히 최근 5년간 중대재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포스코에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5년 동안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죽은 노동자가 44명”이라며 “사망자 중 하청업체 노동자 비율이 91%”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일 숨진) 유가족을 만난 적 있냐. 조문도 가신 적 없다”며 “그리고는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건 대국민 ‘생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3년간 포스코 산재 사망 현황을 보면 머리 끼여 사망, 산소결핍으로 4명 질식사, 와이어로프에 끼여서 사망, 폭발로 사망, 부식된 용접부위 파손에 따른 추락사 등이었다”며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이렇게 사망한 산재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목이 메어 말이 안 나온다”고 질타했다.

최 회장은 “연이은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유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역시 최근 발생한 경북 칠곡물류센터에서의 사망 사고에 대해 “고인과 유족분들에게 깊은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직원들의 산업 재해 신청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CEO나 대기업 총수가 정기국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등에 참석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번처럼 임시국회 청문회에 대거 불려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기업들은 이번 청문회가 ‘공개적 망신주기’, ‘선거용 보여주기’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회는 기업들에 노후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 시설안전점검 비용 확대 및 안전교육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등을 주문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오랫동안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은 포스코가 지탄의 대상이 돼버렸다”며 “국민연금은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 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실행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단순히 주식만 보유하지 않고 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을 11.17% 보유하고 있는 최대 단일 주주로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주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