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 제로'.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데일리동방] 사이다 시장에서도 '제로' 경쟁이 시작됐다. 2011년 출시한 '나랑드사이다'가 독주하던 시장에 롯데칠성음료가 출사표를 내면서다. 사이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칠성사이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로 사이다 시장 주도권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8일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다. 칠성사이다의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과당을 제거해 0칼로리로 선보인 제품이다.

2011년 동아오츠카 '나랑드사이다' 광고 캡처 장면.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동아오츠카는 이보다 앞선 2010년 칼로리·설탕·보존료·카페인·색소가 없는 '4제로' 사이다를 표방한 나랑드사이다를 선보였다. 사이다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한 동아오츠카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이 제품은 지난해까지 국내 유일한 '제로 사이다' 제품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사실 제로 사이다 경쟁은 2011년에도 있었다. 롯데칠성음료가 2011년 '칠성사이다 제로'를 내놓으면서다. 그러나 당시 기존 사이다 맛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진한 매출을 기록하며 2015년 철수했다.
동아오츠카 나랑드사이다도 2010년 출시 이후 한동안 부진했다. 매출액 성장률은 2018년 15%, 2019년 15% 등 10%대에 그쳤다. 동아오츠카 내에서도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등에 밀려 주력 제품에서 제외됐다.
줄곧 정체하던 나랑드사이다 성장세는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반등했다. 지난해 동아오츠카 전체 매출이 3% 가량 감소할 때 나랑드사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0% 증가한 327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매출은 300%까지 대폭 늘어났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저칼로리·제로 탄산 음료 시장규모는 2017년 960억원에서 지난해 1319억원으로 37%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 올해 '제로 음료' 출시로 반등 노려
롯데칠성음료는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감지해 단종했던 '제로' 음료를 속속 재출시했다. 지난 1월에는 '펩시제로슈거'를 선보였고, 2월에는 '칠성사이다제로'를 잇따라 출시했다. 2015년 제로 사이다를 단종한 지 6년만이다.
'칠성사이다'는 2019년 단일 품목 매출액만 4200억원,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 제품이자 롯데칠성음료의 '간판 제품'이다. 그러나 점유율은 나날이 하락세를 그렸다. 2011년 80%에 달하던 점유율은 스프라이트, 천연사이다 등 경쟁상품의 질주로 2019년 70%까지 떨어졌다.
반등을 위해 지난해 BTS를 모델로 기용하고 청귤·복숭아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칠성사이다 밀어주기'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음료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1조5523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신임 식품BU장에 취임한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는 실적 반등 과제를 안았다. 최근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온라인 기업설명회(IR)에서 수익이 나는 제품군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주력 제품인 '칠성사이다'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스로 반등한 '나랑드사이다' 성장세 이어갈까

동아오츠카 '나랑드사이다'. [사진=동아오츠카 제공]
지난해 나랑드사이다가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한 만큼 동아오츠카도 올해 '제로'를 강조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오츠카는 "타사 제품 출시로 특별히 변경된 계획은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진행해 오던 홈트족 겨냥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 주도권을 쥔 칠성사이다가 제로 사이다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맥콜'과 '천연사이다'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일화도 지난달 자사 온라인쇼핑몰에 '부르르 제로 사이다'와 '부르르 제로 콜라'를 선보이면서 제로 탄산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011년 제로사이다 출시 당시 트렌드를 두 발자국 앞서가면서 관심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은 건강 중시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기존 칠성사이다가 메가브랜드인 데다가 맛에서 차별화돼 있다는 소셜미디어(SNS) 언급량도 많아 경쟁사 제품보다 앞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