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부국장 출신인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이 협회장 '셀프 3연임'을 강행한다. 이사회는 임 회장의 3연임 가능 여부를 법원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협회는 24일 사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 3연임 여부를 결정할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단독 후보가 오르면 회원사의 3분의1 이상이 참석해 과반이 찬성표를 던지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다.
선출 과정이 '포괄 위임' 방식이어서 임 회장의 3연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많다. 포괄 위임은 회원사가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대리인란을 공란으로 두고 협회가 위임장에 찬성 또는 반대를 적어 대리 투표하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백지위임'이다. 대부협회는 회원사가 1300여개에 달해 한자리에서 투표하기가 어려워 지금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총회를 개최해왔다.
임 회장이 총회를 거쳐 당장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법원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셀프 3연임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부협회 이사회는 23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의 3연임 가능 여부를 '제3 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3 기관'에 대해 한 이사는 "법원"이라며 "소를 제기하는 주체는 협회 감사나 임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이사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임 회장이 이사회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느냐다. 협회 정관(제34조)에 따르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이사는 이사회에 출석해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결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 임 회장 측은 회장은 이사회와의 이해관계 인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임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측은 임 회장이 공모 등의 방식을 거치지 않고 '셀프 추천'했으므로 이해관계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사회는 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상정했다. 표결에서 반대 5표, 찬성 5표로 동률이 나오자 임 회장은 본인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정관상 찬반 동률 시 차기 후보는 이사회 의장(협회장)이 결정할 수 있다.
향후 법원이 임 회장 손을 들어주더라도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단체에서) 회장 선출 시 공모 절차 없이 (회장) 본인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는 게 일반적인가"라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잡음을 없애려면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관에는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의 자격 조건 등을 규정해 놨으나, 임원후보 추천에 대한 항목은 없다. 임 회장이 공모 절차 없이 본인을 추천했음에도 정관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후보가 회장으로 나설 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백지위임'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도 전자 의결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09년 법정협회로 출범한 대부협회에서 3연임을 하는 것은 임 회장이 처음이다. 대부협회장은 연 2억~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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