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Naver Whale)이 구글 크롬보다 먼저 일반 소비자용 ARM 기반 운영체제(OS) 환경을 모두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곧 마이크로소프트(MS)의 ARM 기반 윈도와 애플의 ARM 기반 맥OS 지원 브라우저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23일 네이버는 웨일 브라우저의 ARM 기반 윈도·맥OS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쳤고,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특정 하드웨어 기반 윈도 환경에서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안정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는 "윈도와 맥OS용 버전을 다 만들었고 곧 출시하기 위해 테스트하는 단계"라면서 "삼성 갤럭시북에서 웨일 브라우저가 문제 없이, 훨씬 더 빠르게 잘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삼성 기기는 인텔 x86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퀄컴 ARM 칩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탑재한 슬림형 노트북 '갤럭시북S' 모델을 뜻한다. 이 기기에는 일반 '윈도10'과는 다른 OS인 '윈도10 온 ARM(Windows 10 on ARM)'이 들어 있다.
윈도10 온 ARM은 기존 인텔 CPU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도 있지만 실제 사용시 정상 속도를 못 내거나 오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환경에서 브라우저처럼 일상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쓰려면 맞춤 개발된 버전이 필요하다.
구글은 작년 11월 정식 배포를 시작한 크롬 버전부터 애플이 설계한 ARM 칩 '애플 실리콘' 탑재 맥북 컴퓨터 환경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MS의 윈도10 온 ARM 노트북을 지원하는 네이티브 크롬 버전을 내놓지 않았다.
김 책임리더는 "퀄컴과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 왔기에 이를 탑재한 ARM 칩 하드웨어 기반 윈도 환경을 원활하게 지원하고 있고 ARM 기반 '웨일북(WhaleBook)' 하드웨어도 다듬고 있다"며 "맥용도 곧 릴리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일북은 네이버와 LG전자가 스마트교육사업 협력을 위해 협약을 맺고 교육플랫폼 '웨일스페이스' 맞춤 이용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동 개발중인 노트북 PC다. 크로미엄OS를 네이버 클라우드서비스에 최적화한 '웨일OS(WhaleOS)'가 탑재된다.
지난달 8일 웨일북 공동개발 계획이 발표될 때 그 하드웨어 제원과 관련된 세부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책임리더의 언급을 통해 웨일북은 인텔 CPU가 아니라 퀄컴의 ARM 계열 칩을 탑재한 노트북PC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웨일 브라우저가 구글 크롬의 오픈소스 버전인 '크로미엄(Chromium)' 소스코드를 가져와 외형만 바꿔놓은 것쯤으로 여겨지나, 실제로는 훨씬 고도의 개발 역량이 투입되고 있다. 오리지널 크로미엄 프로젝트에 네이버가 기여한 소스코드가 적잖다.
김 책임리더는 "크로미엄 프로젝트에 작년 웨일 팀의 컨트리뷰션(contribution·개발자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개선된 소스코드를 기여한 행위)이 7위였는데 올해는 컨트리뷰션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더 핵심적인 부분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웨일 개발 방향으로 플랫폼으로서의 브라우저와 네이버 서비스·앱의 연결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네이버 앱이 고유기능 제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탄탄한 기반 성능을 제공하는 역할을 웨일 모바일 버전이 맡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웨일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의 연동을 더 잘 만들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이밖에 웨일 브라우저의 업그레이드 버전 개발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특히 데스크톱 브라우저의 경우 크로미엄의 버전 업그레이드를 이전보다 더 빠르게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제까지는 크로미엄의 3버전 개발 주기에 따라 웨일의 주요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예컨대 특정 웨일의 기반 엔진이 크로미엄83 버전이었다면 이후 업그레이드는 크로미엄86 버전 기반이 된다. 김 책임리더는 "다음 목표는 간격을 2버전으로 좁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론 동일 간격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웨일에 내장된 화상회의 기능 '웨일 온(Whale ON)' 관련 이점도 언급됐다. 이 기능은 라인(LINE) 메신저 화상회의 기능의 핵심 구성요소, 백엔드 인프라를 공유하지만, 웨일 팀이 별도 개발한 제품이다. 김 책임리더는 팀 화상회의시 대부분 웨일 온을 쓰고 있는데 별도 앱보다 편리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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